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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좋은 글은 글쓰는 방식 구상도 필요
심훈 교수  |  shim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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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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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인기프로그램 교본 삼아 글의 구성 방법 참고하는 것도 좋아 자신이 쓰려는 글의 종류에 따라 각 분야별 TV 프로 보면 도움돼 절친한 박군이 갑자기 자취방에 들이닥친다. 배고프다며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평소,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최군. 냉장고를 열어보니, 있는 것은 쉬어 비틀어진 김치 몇 쪽과 찬밥 조금에 계란 한 개. 순간, 최군은 망설임 없이 바로 메뉴를 정한다. 미소 띈 얼굴로 “오늘의 점심은 김치 볶음밥”이라고 외치며. 방 한 켠에 있는 조그마한 조리대에서 잠시 이리저리 지지고 볶던 최군이 마침내 요리를 내왔다.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김치 볶음밥. 담아 온 그릇도 예쁘다. 이윽고, 첫 술을 뜨는 박군. 이내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신이 만든 김치 볶음밥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 맛있게 얻어먹기만 했지, 도통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박군, 오늘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박군: “어떻게 그런 재료들로 만들었냐?”
최군: “글쎄 … ”
박군: “무슨 노하우가 있으면 좀 가르쳐 주라.”
최군: “노하우라…흠…” “굳이 말하자면 일단 재료가 좋아야 돼. 제대로 된 김치볶음밥을 만들려면, 제대로 된 재료가 필요하거든. 이를 테면, 식은 밥이 훨씬 맛있게 잘 볶아지고, 김치도 쉬어 꼬부라져야 제 맛이 나거든.”
박군: “그리고 … ”
최군: “음… 요리를 할 때는 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후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나서, 김치부터 볶아야 돼. 밥이랑 한꺼번에 넣으면 양이 많아져서 잘 볶아지지 않거든. 김치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찬밥을 넣지. 참, 식용유는 넉넉히 둘러야 돼. 그렇지만, 달궈지지도 않은 후라이팬에 미리 식용유를 두르고서 김치를 볶으면 절대 안돼.” 박군: “왜?”
최군: “후라이팬이 뜨겁지 않은 상태에서 김치를 넣으면 식용유가 김치에 배어 들어가거든. 결국 김치가 볶아지는 게 아니라 식용유에 절여지게 돼. 그러면, 기름 냄새만 나고 맛이 없어.”
박군: “거참…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김치 볶음밥 하나 만드는 데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군.”
최군: “잊지마. 아까 얘기한 대로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글을 맛있게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어떤 순서대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박군의 한끼 식사와 ‘최가네 김치볶음밥’은 시장에서의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 대로, 좋은 요리감을 구하는 작업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좋은 요리감을 놓고도 정작 요리하는 법을 제대로 몰라 재료를 뭉게버린다면 요리사는 더욱 허탈할 게다. 좋은 글감을 구해도 어떤 방식으로 글을 요리해 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결’, ‘전개’, ‘기승전결’, ‘순서’ 등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과정을 표현해도 좋다.

  맛난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후라이팬을 달구고,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른 후, 김치를 먼저 볶고 밥을 뒤이어 넣는 과정처럼, 글을 쓸 때 무슨 이야기로 서두를 꺼내고 다음에 무엇을 전개하며, 이어지는 단락은 무슨 스토리로 장식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면 남에게 보여야 하는 글들이 무미건조 해질 리 없다.

  물론, 쉽지는 않다.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가 수업 시간에 자주 인용하는 ‘VJ 특공대’나 ‘무한지대 큐,’ ‘인간시대’와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가능한 한 모든 장르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총 동원해서라도. 무슨 말이냐고? 대부분의 인기 TV 프로그램들은 소위 ‘선수’라고 일컬어지는 해당 분야의 으뜸 장인들이 몇 일, 몇 주씩 고생해서 만든 최상의 품질들이다. 당연히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리모콘을 손에 쥔 채 언제라도 다른 채널로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변덕스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입맛을 돋구는 소재로 무장한 채, 눈을 떼지 못하도록 자연스런 흥미를 유발하는 전개 방식으로 최대한 TV 앞에 붙들어 앉혀야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주제의 보고서는 각 방송사의 ‘심야 논평’으로부터, 서평이나 감상문과 같은 부류의 글들은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 수첩’, ‘추적 60분’ 류의 프로그램들도 만만찮은 주제들을 장시간 동안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인기 프로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 글은 어떤 프로그램으로부터 가장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전공과 과제의 성격을 생각하고 나서 가장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부터 선정해 보자. 벌써부터, 첫 장면의 그림과 다음 장면들이 연이어 떠오르지 않는가? 심훈 (언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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