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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감칠 맛의 비밀은 리듬감과 초치기
심훈 교수  |  shim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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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4.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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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시, 승무 (僧舞)중에서 적절한 형용사와 형용어구로 문장을 맛깔스럽게 “어디 갔었어? 전화해도 없대?” “잠깐 외출했었지, 누가 찾아와서” 인간은 리듬을 타는 동물이다. 부지불식간에 가락과 음률을 몸에 담고, 대화에선 본인도 모르는 랩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대화를 하다 끊기면 재빨리 말을 잇고, 짧게 끝난다 싶으면, 몇 마디를 덧붙인다. 연인을 사로잡으려는 남자는 절대로 ‘사랑해’ 라는 말만으로 그녀를 끌어안지 않는다. ‘지현아, 사랑해’ 또는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을 줄게’라는 멋들어진 시구를 가슴 속에서 꺼낸다.

  글짱 시리즈의 12번째 주제는 바로 감칠맛 나는 글의 필수 요건인 ‘리듬감’과 ‘초치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이들은 딱딱한 논문을 부드러운 칼럼으로, 평범한 일기를 재미있는 에세이로 바꿔 놓을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흔히 ‘간 맞추기’로 비유될 수 있는 초치기는 요리로 따져볼 때, ‘살짝’, ‘팍팍’, ‘솔솔’, ‘듬성듬성’ 등과 같은 의태어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 참기름을 적당히 두르기보다 ‘살짝’ 따르고, 나물을 비척비척 휘젓기보다 ‘팍팍’ 무치는 방법이 요리의 맛을 배가 시키듯 글에 따라 적절한 형용사와 형용어구가 문장을 좀 더 맛깔스럽게 바꿀 수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유사 이래 최대의 경기 침체’, ‘세대 갈등’보다 ‘상대방을 적대시 하는 세대 갈등’ 따위의 글들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에 음률을 붙이고 ‘초치기’를 근사하게 해낼 수 있을까?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도 예쁜 그릇 위에 밥을 담고 깨를 솔솔 뿌린 다음, 계란 후라이를 하나 얹어내는 기술은 역시 다른 요리집에서 하는 것을 눈 여겨 보는 수밖에 없다. 좋은 글들을 많이 보라는 얘기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문장은 초치기를 적당히 자제하는 까닭에 그 맛이 간결하고 정갈해서 초보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맛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들이 정갈함의 의미와 깊이를 알 듯, 독자도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추어져 있어야 그 맛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필자는 소설, 시, 수필 등과 같은 문학 작품들을 꾸준히 탐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언론사들의 글과 달리 문학 작품에는 작가들의 풍부한 감정과 정서가 진하게 배어있게 마련이다. 사실 ‘리듬 입히기’와 ‘초치기’작업도 보기와는 달리 만만치가 않다. 이와 관련한 노하우를 수업 시간에 가르치다 보면, 나중에 꼭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초를 치거나 리듬감을 덧붙이는데, ‘역사상 가장 많은 실직자들을 한꺼번에 차가운 거리로 내몬 지난 1998년의 IMF는…’ 이라고 쓰는 것처럼. 그래도 좋다. 넘치는 게 모자라는 것 보다 나으니까.

  글은 그렇게 하면서 느는 것이다. ‘오버’해서라도 문구를 좀 더 ‘리드미컬’한 형용사와 형용구로 채워보자. 그렇다면,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는 어떠한 글귀들이 감칠맛과 리듬감을 더해주고 있을까? /심훈(언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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