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복수심 주제, 환상적인 구성

『The Cask of Amontillado』
Poe, Edgar Allan/ Nash, Julie/ Kirszner, Laurie G./ Mandell, Stephen R. 지음| Thomson Learning | 2003년 10월

  최근 서점에 새로 출시되는 문학을 살펴보면 무협이나, 추리, 공포소설을 중심으로 하는 환상문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 장르는 그 동안 리얼리티의 우월성에 매달리는 풍조 속에서 별개의 하류장르로 치부되어 문학의 주변부에서 침묵을 강요당해왔다. 그러나 환상 또한 우리 삶의 리얼리티의 요소이며 이것이 기존사회의 모순을 초월하는 또 다른 세계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환상소설이라는 장르는 한층 그 문을 활짝 열게 되었다. 이러한 환상문학에 대한 관심은 기존의 정통문학 - 『걸리버여행기(조나단 스위프트)』, 『악령(도스토예프스키)』, 『나사의 회전(헨리 제임스)』, 『변신(카프카)』, 『프랑켄슈타인(셸리)』 등 - 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상당히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긍정적이다.

  필자가 한림학보사에서 글을 부탁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작가는 환상문학의 대가 에드가 알렌 포우(Edgar Allan Poe, 1809-49)였다. 요즘 학생들이 가장 즐겨 읽는 소설이 환상문학장르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고, 추리와 공포라는 환상요소를 고품격의 작품성으로 승화하면서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는 포우의 소설이야말로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작품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포우는 빈곤과 고난, 실연과 술로 얼룩진 인생을 보낸 불운한 작가이다. 그러나 그는 단편소설이라는 장르를 완성하며 인간의 열정, 유희, 환희, 악몽, 살인, 광기 등의 극단적 인간 내면을 치밀하게 탐구하는 ‘상상력의 천재’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 인간의 복수심 그 광란의 세계를 완벽한 구성으로 완성한 『The Cask of Amontillado』를 소개하고자 한다. 홍성영 번역의 『우울과 몽상, 에드가 앨런 포 소설 전집(하늘 연못, 2002)』안에 수록된 『아몬틸라도의 술통』을 원본과 대조해보며 작품 번역의 묘미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소설의 도입부, Montresor 가 Fortunato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이다.

  “You, who so well know the nature of my soul, will not suppose, however, that I gave utterance to a threat. At length, I would be avenged; this was a point definitively settled but the very definitiveness with which it was resolved, precluded the idea of risk” (give utterance to - 입밖에 내다/ at length - 마침내, 결국)

·직역 : 그러나 내 영혼의 본성을 잘 아는 당신이라면 내가 위협하겠다는 협박을 직접 말로 뱉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는 복수할 것이다. 이 점은 명백히 정해진 것이다. - 그러나 바로 그 확고함을 가지고 결심하되 위험한 생각은 해선 안 된다.

·의역 : 내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를 위협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필코 나는 복수하리라. 이 점은 분명히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굳게 결심하되 위험한 짓은 절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직역과 의역의 차이가 그다지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의역의 경우가 훨씬 쉬운 언어로 그러면서도 좀 더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접속사의 번역유무를 포함하여- 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As you are engaged, I am on my way to Luchesi. If any one has a critical turn, it is he. He will tell me…"

  “My friend, no; I will not impose upon your good nature. I perceive you have an engagement. Luchesi…" (be engaged - 약속이 있는, 바쁜/ turn - 기질, 성향, 특수한 재능/ impose upon your good nature - 호인임을 이용하다)

·직역 : “자네가 바쁜 것 같아서 루케시에게 가는 길이네. 누군가 진짜 특수재능을 가진 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그일걸세. 그는 나에게 구별해 줄 걸세…”

“아닐세 친구, 나는 자네의 그 착한 천성을 이용하지 않을 걸세. 난 자네가 바쁘다는 걸 알고 있네. 루케시…”

·의역 : “자네는 바쁠 것 같으니 루케시에게 가볼까 하네. 술을 감정하는 일이라면 그 친구를 당할 자가 없으니. 그라면 내 술을 감별해줄 수 있겠지…”

“아니네. 폐를 끼칠 수는 없지. 자네에게 약속이 있는 것 같으니, 루케시에게…”

  직역을 할 경우 생략해야 되는 문맥의 흐름은 주로 의역을 거치면서 이루어진다. 행간(between lines)의 숨은 의미를 좀더 자세히 풀어내고 앞뒤 정황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을 때 의역이 효과적이다.

  “A huge human foot d'or, in a field azure; the foot crushes a serpent rampant whose fangs are imbedded in the heel" (a serpent rampant - 일어선 뱀)

·직역 : 하늘색 바탕에 거대한 인간의 발이 있다; 그 발은 발꿈치에 독니를 끼워넣은 채 일어서는 뱀을 밟고 있다

·의역 : 감청색 바탕 위에 금으로 된 거대한 인간의 발이 있고, 그 다리는 일어서려는 뱀을 밟으며, 뱀은 그 발꿈치를 물고 있지.

  위의 인용은 가문의 문장의 모양을 묘사하는 부분인데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으나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해주는 직역의 경우가 이미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상이 『The Cask of Amontillado』에서 살펴본 번역이다. 문학작품이기 때문에 의역을 할 경우 의미전달이 좀더 용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 작품을 원본으로 읽어내려 갈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정확한 단어파악과 정확한 해석이 선행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어설픈 의역은 작품 본래의 의도를 왜곡하기 쉽고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이 잘 된 책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으로 시작한 글이지만 우리 한림대생들이 포우의 작품을 원본으로 읽는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

/ 권은경(「스크린영어」 담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