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학문화가 저항문화로 표현된다면 90년대는 개성문화이다.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가 80년대 상징적 표현이라면, “나는 나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꺼야”는 90년대의 표현이다. 이것은 두 문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문화는 모두 일면적 특징이라는 부정적 측면의 부담을 안게 된다.

  80년대의 저항문화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과 자유로운 토론문화, 저항적 실천으로 현실에 대한 통찰능력을 확대시켰다. “현실적 인간”으로서 세계관에 대한 의식의 확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문화는 사회를 뒤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것은 분명 대학문화의 긍정적 측면이다. 또한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하는 애착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저항문화는 투쟁지향적 성격만을 강조해 다른 대학문화(자율적 개인들의 다양한 이해에 대한 문화창조 능력)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또한 저항문화는 이데올로기적으로 거시적이고 이상(理想)적인 성격을 보이면서 사회에 대한 현실적 괴리감을 안겨주고 미시적 차원의 관점을 놓치게 된다. 그러한 결과로서 저항문화는 다른 이해집단에 대한 배타주의와 거시적 이상주의라는 일면적 특징을 잉태하는 모순에 빠지게 됐다. 이것은 반성의 산물들이다.

  반면에 90년대는 저항문화보다 개성문화가 중심이 된다. 관심영역의 다원화가 이루어지고 자기 자신영역의 확대를 추구하게 된다. 개성문화는 자율적인 주체로 성장하게 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자기 표현의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문화의 여명기를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90년대 개성문화는 그 장점을 버려둔 채 왜곡된 개성화의 길을 걷는다. 이기적인 개성화, 몰개성적인 개성화, 소비문화로 눈길을 돌린다. 대학이 저항과 비판, 그리고 자유로운 토론의 공간과 자율적 개인의 의식확대의 공간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향한 전문인력 양성소로 전락하면서 세속적인 자본주의적 인간의 생산공장으로 돼간다. 즉 세속적 인간을 만들었다.(“세속적 인간”의 표현은 자본주의화 된다는 것이며 “현실적 인간”은 사회화됨을 말한다)

  미래의 불안감을 단지 자신의 목표만을 성취하는 것으로 해결점을 찾는다. 이것은 단자화된 목표성취를 위해 이기적 개성화를 낳았다. 이것은 또한 많은 다른 관심의 희생을 불러일으켰다.(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정치적 무관심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몰개성적 개성화는 찢어진 청바지, 더 찢어진 청바지, 덜 찢어진 청바지 그러나 이것 모두는 찢어진 청바지에 불과하다. 개성을 소리쳐 외치지만 개성은 엇비슷한 개성일 뿐이다. 특징없는 개성의 표준화를 초래했고 진정한 개성의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이러한 외형상 정도의 차이는 개성의 주장을 볼모로 소비문화(대학의 축제도 대표적인 소비지향적 성격을 나타낸다)를 자극한다. 대학문화의 정체성은 저항문화와 개성문화의 올바른 정착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공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상적 수준에서의 논의와 함께 한꺼번에 많은 것을 지적하려는 욕심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놓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80년대에 학교들 다녔던 한 사람의 문제제기로 읽는 사람들에게 다가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