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언론 개혁을 누차 강조했고 가판 신문을 구독하지 않겠다고 밝혀 다시 한번 그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실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거부 등 극우 보수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낡은 정캄의 청산과
더불어 ‘낡은 언론’의 청산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당연하다. 낡은 사회와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낡은 언론을 청산해야한다. 언론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를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당시의 개혁도 극우 신문의 ‘여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좌절했음을 보아왔다. 온갖 비정상적인 방법과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제를 설정하여 유포하고 자신들의 논리에 순응할 수 있는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각종 선거에 개입하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지없이 특정 후보 편들기에 나서긴했지만 네티즌의 힘으로 그들의 의도가
좌절됐지만 말이다.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여전히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여론 독점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초기에 기를 꺾어놓겠다는
의도로 보이나 아마도 앞으로 계속해서 ‘국민 또는 독자들의 요구’라는 식으로 지면을 통해서 새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언론은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 그럴 뿐만 아니라 대강대강해서 될 일도 아니다. 김대중 정권의 경우에도 정권 초기에는 언론과
유화관계를 유지하려고하다 여의치 않자 세무조사 등의 방법을 동원했으나 오히려 수구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의 역풍에 휘말려들고 말았다. 공정위의
신문고시 적용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와 전화기 등 경품 제공을 확대해 신문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강력한 조처가 필요한 시기이다. 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가.
첫째, 신문시장의 질서가 확립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 신문시장의 정상화는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자전거, 전화기 등의 경품 제공은 거대 자본 동원이 가능한 신문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소규모 자본의 신문사를 고사시키기 위해
자본 공세를 펼치는 행위이다. 다행히 공정위는 지난 1월 14일 인수위에 보고한 업무보고에서 직접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라도 법
적용을 제대로 하여 각 신문들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언론사들이 경영을 투명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신문사의 경영은 전근대적이다. 발행 부수는 물론 신문사 경영에 관한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숨기거나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 지난 번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신문사의 경영 상태는 아주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의 경우 출판통계법을 통해 정기간행물의 정확한 자료와 데이터를 수집하여 정간물 시장의 추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언론산업
정책의 판단 근거로 삼고 있다. 이 법은 정간물의 발행 주기, 부수, 법인, 형태, 종업원 수, 수입 구조, 구독료 및 광고 단가, 매출액 등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문사로 하여금 기본적인 자료를 적절한 절차를 통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한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주고 언론수용자,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매우 필요한 사항이다.
셋째, 광고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시장 경제 하에서 광고 매체의 요금은 기본적으로 광고 매체에 노출되는 수용자 크기에
의하여 결정돼야 하며, 매체의 수용자 특성과 매체 시장에서의 광고 수요 등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매체의 요금은
매체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문은 발행 부수를 정확히 밝혀 광고주들이 합리적인 광고 기획을 할 수 있도록 물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의 신문고시 중 ‘신문광고 관련 불공정행위’부문에는, 즉 “폐기되는 신문 부수도 독자에게 배포되는 신문
부수에 포함·확대하여 광고주를 오인시킴으로써 자기에게 광고 게재를 의뢰하도록 유인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라는 조항이 추가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를 지킬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나 위반했을 때의 처벌 조항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한다.
넷째,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2000년 실시됐던 세무조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그것은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은 세무조사를 행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시행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례화한다면 언론사도 이에 대비할 것이기 때문에 투명
경영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섯째, 지방 신문을 육성해야 한다. 지방 신문의 위기는 서울에서 발행되고 있는 신문사들이 전체 독자수의 70% 가량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산과 대구만이 지방 신문의 점유율이 높을뿐 다른 지역은 지역 신문이 거의 고사 상태에 있다. 따라서
여론시장의 독점을 막고 지방신문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한 신문독과점 규제법이나 지방신문육성법 등이 필요하다. 다만 지방신문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집권 독립, 지방 언론의 자체 윤리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새 정부가 언론 개혁에 성공하려면 집권 초기에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 개혁은
사회 개혁의 맨 처음이자 마지막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 학술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