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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천장호에서 - 나희덕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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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1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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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 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

  나희덕 시인의 시를 사실 난 잘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천장호에서’라는 시 한편을 알음알음으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난 상념에 젖곤 한다. 내 추억의 결과 같이 맞물려 상념을 짜내며 쩌걱쩌걱 돌아가는 탓일 것이다.

  그리고 추억의 결은 춘천시 서면 퇴골에 자리한 제법 아름다운 저수지에 맞닿아 있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산속에 조성된 이 저수지는 그 위치가 높고 수량이 많아 ‘산중호수’란 표현을 써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지금은 리조트가 들어서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져서 예전의 순박함과 은밀함은 잃었지만, 그래도 겨울의 퇴골저수지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불과 2년전 만 해도 여름의 퇴골도 별박이 반딧불이들로 사랑받을 만했지만, 이젠 반딧불이가 떠난 여름의 퇴골은 주인 떠난 쓸쓸함에 그 매력이 반감되었다. 그만큼 겨울의 퇴골은 내게 더 강한 자극을 준다. 밤사이 호수가 얼어가며 울부짖는 날카로운 비명도 그렇거니와, 나희덕 시인의 표현대로 쩡 쩡 날아오르는 소리 새들도 그렇다. 얼음위로 돌멩이를 던지는 일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일과 같다고 하니, 시인의 표현에 가슴이 저린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겨우내 누가 던졌을지 모를 돌멩이들이 얼어붙은 저수지의 표면위에 하나둘씩 자리하면 누군가는 그 돌을 주우려 위태위태한 마음으로 얼음 위를 밤새 돌아다닐 것이다. 채 줍지 못한다면 봄이 오고 돌은 그 누군가의 이름을 안고 깊은 저수지 바닥을 향해 가라앉을 것이다. 던진 이의 마음에도 봄이 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 이현준(소설가, 現 철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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