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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농담 -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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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1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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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비가 오기 전, 벚꽃이 마구마구 휘날리는 거리를 걸을 때, 산사의 그윽한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공기 너무 맑아, 혼자 숨쉬기가 못내 아쉬울 때, 소박하지만, 제대로 맛이 든 한끼 식사를 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랍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 보세요. 당신은 이런 풍경, 이런 음식을 만났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릅니까?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일 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이 시는 독자들을 크게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냥 느끼는 대로 이해하면 되니까요.

  자, 여기서 드는 두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나오는 마지막 두 행과 농담이라는 시의 제목입니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는 건, 위  행들에 비해 이질적인 건 같지만, 그대로 느껴보면, 사랑의 진한 감정, 더 큰 그리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부딪치는 종처럼 내 몸이, 내 마음이 더 아파야 한다는 게 아닐까요? 아픔 없이 태어나는 사랑은 없으니까요.

  농담, 시인은 이 말을 하기가 무척이나 쑥쓰러웠나 봅니다. 그러나 독자는 세상에는 진담 보다 더 진담 같은 농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이인자(국문 97년 졸업, 1996년 <현대시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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