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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가을 상처 - 문정희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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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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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며 저 아래
강이 흐른다고 하지만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다리 아랜 언제나 강이 있었다

너를 사랑해!
한 여름 폭양 아래 핀
붉은 꽃들처럼 서로 피눈물 흘렸는데
그 사랑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사랑은 내 심장 속에 있다가
슬며시 사라졌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다리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상처가 쑤시어 약을 발라주려고 했지만
내 상처에 맞는 약 또한 세상에는 없었다

나의 몸은 가을날 범종처럼 무르익어
바람이 조금만 두드려도 은은한 슬픔을 울었다
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다리 아랜 여전히 강이 있었다.


  지구상에는 늘 겨울인 곳이 있고, 늘 여름인 곳이 있다. 중국 ‘쿤밍'이란 곳은 늘 봄과 같다니 오죽했으면 선인들이 “四季如春(사계절이 봄과 같다)” 이라 했을까. 그럼, 가을은 어떨까. 봄과 여름이 원인으로 있어야 하는 가을이 오도카니 서있는 곳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엔 일년내내 가을인 세계가 있다.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며, 화석이 된 사랑이 핏기를 되찾는 가을세계가 있다. 한때 시인의 말처럼 빙초산을 뿌리며 달려들었고, 바람에도 범종처럼 은은한 슬픔을 토해냈던 사랑이 화석화되어 가을마다 되살아나는 세계가 있다. 연암관 댓잎에 잠시 수그러들던 가을세계가 건물을 나서면 다시 오롯이 피어남을 어쩔 수 없다. 다닥다닥 별빛이 박혀 있는 밤하늘은 같은데, 가을은 그렇게 누군가의 옆에 와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묻고 싶다. 혹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그럼, 다시 묻자. 그 사랑이 당신의 가슴속에 가을세계를 만들만큼의 것인지. 아니라면 말해본다. 훗날 어느 가을에도 되살아나지 않을 죽은 화석만으로 남을 그런 사랑인들 하지말자고… ?                       

/ 이현준(소설가, 現 철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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