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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리어카 - 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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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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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졸망한 자식이 셋,
그리고 낡은 리어카 한 대가 전부였다
집을 나설 때는 배추,
돌아올 때는 하드를 문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연신 침을 묻혔지만
타는 햇빛 아래서
그녀의 입술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어린 자식들이
그녀의 가여운 입술을
영영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로부터 스무 해
남대천 뚝방길을 따라 저 멀리서
리어카 한 대가 왔다
입술 없는 한 여인이
곁을 지나갔다

리어카는 비었는데
자식들은 보이지 않았다

 

  읽는 순간,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둑방 하나를 한 순간에 무너지게 하는 시가 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소재가 시에 등장하게 되면, 독자와 시인 간의 공감대 라는 다리는 더욱 쉽게 출렁거린다. 과거의 어머니나 현재의 어머니나, 옆집의 어머니나 우리 집 안방에 계신 어머니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홍섭 시인의 <리어카>라는 시에서도 그런 어머니가 등장한다. 남대천에 살면서 늦가을에는 배추를 내다 팔고, 콩을 내다 팔고, 겨울이면 얼기설기 이은 시래기를 내다 파는 어머니. 내 입술은 말라가도, 아이들 입에 오물조물 뭔가 씹히는 것만 봐도 배부른 어머니. 이 시에서 하드를 입에 문 아이들의 입과 연신 침을 묻히며, 햇빛 아래서 타고 있는 어머니의 입술. 올망졸망한 세명의 아이들을 실은 리어카와 빈 리어카는 대조를 톡톡히 이룬다.

  마지막, 이 시를 읽는 독자가 눈치 채야 하는 것이 있다. 남대천이라는 지역적 특징이다. 남대천은 11월만 되면 연어 떼가 올라와 산란을 꿈꾸는 곳이다. 아직도 어머니가 남대천을, 그리고 빈 리어카를 버리지 못한 이유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연어 떼처럼, 품을 떠난 올망졸망했던 자식들이 다시 올망졸망한 새끼들을 데리고 돌아올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 이인자(국문 97년 졸업,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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