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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주최로 열린 ‘노동법개악저지 및 노동법개정을 위한 96전국노동자대회’(이하
‘노동자대회’)가 지난 10일 여의도 광장에서 약 7만여 노동자, 학생, 일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치뤄졌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속출한 전야제로
인해 다소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 본대회는 7만명 이라는 참가자 규모와 국내외 진보단체의 관심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일 ‘노동자대회’참여를 위해 여의도로 향하던 학생 참가단들에 대한 경찰의 원천봉쇄 및 사전 연행 등은 이번 대회가 허가받은
‘합법집회’인가 대한 의구심이 생길 정도였다.
지난 87년 ‘노동자 대투쟁’이후 민주 노조 운동은 각 「지역노동조합협의회」의 자발적 결성을 출발로 급격한 신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88년에는 사무노조와 지방노동조합협의회 및 현대그룹노동조합이 모여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및 노동악법 철폐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6만여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연세대학교에서 최초로 개최했다. 이후 10년간 ‘노동자대회’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 속에서도
매년 노동자들의 역량을 결집, 그들의 힘을 엮어내는 계기가 돼 왔다. ‘노동법 개악 반대 및 노동법 개정’이라는 선대 투쟁가들과 1천2백만
노동자들의 염원 하에 개최된 이번 ‘노동자대회’는 노동법 개악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표명한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9일 잠실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전야제는 기관에 신고된 합법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전야제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에 대한 경찰의
봉쇄와 검거가 실시됐다. 더욱이 「민주노총」 상층부는 본대회의 차질을 우려하여 전경과 대치중인 학생들의 연대요청을 등진 채 전야제를 진행했다.
이는 ‘노·학연대’를 외쳐온 학생들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니었나라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학생과 전경이 대치중이던 잠실 농구경기장 정문에서는
저녁 9시 이후 간간히 밀고밀리는 몸싸움과 투석전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기자 한 명이 전경차에 치어 하반신을 다쳐 성모병원으로
수송됐다.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소속 조합원들을 비롯한 일부 노동자들은 전경들의 폭력행사에 대항하여 전경들과 대치하며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행사장 내에서는 경찰이 들여보낸 정보과 형사 3명이 장내에 침입하여 사진을 찍던 중 노동자들에게 붙잡혀 이들의 신변처리를
놓고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들의 신변문제는 시위 도중에 전경들에게 붙잡힌 학생들과 교환할 것을 전제로 「민주노총」 상층부에 위임됐다.
10일 여의도 광장에서 개최된 본대회는 7만여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을 비롯한 국내외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대회 장내 곳곳에서 오가는 논의와 문건은 그간 「민주노총」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참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했다. 정부는
OECD 가입 조건으로 열악한 노동법을 국제적 수준으로 개정할 것을 이사국에 약속했다.
노동법 개정은 내년 말로 다가온 대선에서 재집권을 위해 올 상반기부터 계속되는 공안정국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노동법 개정을
주도하기 위해 정부측이 구성한 「노개위」는 처음부터 정부와 총자본 사이에서 파생된 반민중적 ‘사생아’임이 노동법 개정투쟁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투쟁을 통한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근본적 노선을 이탈해 ‘항목 맞바꾸기식’의 개량화된 노선을
채택하고 「노개위」에 참여해 왔다. 또한 단위 사업장의 의견 전달을 지도부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계속해서 저하되는 현장
장악력의 약화가 「민주노총」내부의 조직 구조의 폐쇄성과 같은 자체적 모순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일단 「노개위」를 통해 ‘위장된 의지’를 보여 가시적 효과를 얻었다. 이런 효과를 내년 대선까지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 노동법 개정을 상정할 것으로 보이나 안건 상정을 통해 노동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사용자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대국민 홍보 사업과 단위사업장의 현장장악력 확보를 통해 전민중적 투쟁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1천2백만 노동자들의 역량을 실어 11월 중순부터 전개될 ‘총파업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이후
전개될 ‘총파업투쟁’을 노동자 계급의 정치 세력화와 산별노조 건설에 기폭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있다.
/ 김승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