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매서운 추위 속에 수능시험이 치뤄질 모양이다. 우리 입시풍토에서 수능시험은 단순한 통과의례에 그치지 않는다.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으로 대학의 수준과 경쟁력이 자리매김 되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서 기업들은 수능성적을 대학과 학과별로 점수화하여 취업에 반영함으로써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가세하여 교육부도 선별지원을 매개로 대학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화두는 ‘경쟁력’이다.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고 있다. 교육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대학의 개혁도 예외일 수는 없다. 기업이 요구하는 교과목 위주로 교육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 교육내용을 교양과목은 영어와 컴퓨터와 같은 도구과목으로, 전공과목은 실무과목으로 개편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부분의 학생이 전공과목과는 담을 쌓고 토익성적 올리는 것에만 급급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하는 순간부터 영어가 그만큼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경제적으로 자유로울 수도 없을 뿐더러 기업처럼 경쟁도 해야 함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경쟁력을 지니려면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도 수긍이 간다. 특히 우리 학교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 중 하나가 취업이고 보면 두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근래 우리학교는 대학발전에 힘쓴 결과 대학종합평가에서 3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정원 자율화 대학에 포함됐으며,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에 선정 되기도 했다. 교육개혁 추진의 내용 중에 영어와 컴퓨터 교육강화가 포함되어 있음은 금방 알 수 있다. 뒷 북치는 노릇이지만 진작부터 그렇게 됐어야 했다. 공연한 트집이 아니라 학생들이 바라던 일이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경쟁원리가 대학의 모든 면을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겉으로 평가되는 부분에만 너무 매달려 대학 본래의 교육기능을 상실할까 우려돼서 하는 말이다. 세칭 일류, 이류하는 식으로 대학에 등급을 매기고 서열화하는 일보다 정작 중요한 일은 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일이다. 2, 3년 마다 바뀌는 대학입시 제도나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해서는 대학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경쟁력의 제고와 함께 이론과 연구에 충실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 개혁의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