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창작과 비평』 2003년 봄 통권 119호가 출간되었다. 이번호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특집 ‘지구시대 한국문학의 안과 밖’을 비롯해 시, 소설, 촌평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특집호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지구시대 한국문학의 안과 밖’이라는 주제로 네 편의 평론을 담았다. 최원식 교수의 「민족문학과 디아스포라」는 ‘디아스포라(Dispora)’ - 팔레스타인 외역(外域)에 살면서 유대적 종교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던 유대인,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개념을 통해 확장된 민족문학론을 시도하였다. 유희석의 「최근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에 관하여」는 제목 그대로 현재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이 논쟁에 숨고르기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신경숙과 공선옥의 작품을 각각 자세히 들여다보며 공통된 주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 다만 두 작가에만 국한된 논의가 아쉽기는 하다. J. 애럭의 「지구시대의 비교문학과 영어의 지배」는 번역논문으로서 세계화에 대한 일깨움을 준다. 이 밖에 원로작가 김종길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편의 시가 들어있다.

  새롭게 연재되는 현기영의 「누란(樓蘭)」은 저자의 의도대로 ‘묵시론적 상상에 사로잡힌 한 시민의 지적·정서적 편력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앞으로 그 방향을 지켜볼 만 하다. 또한 서평 대신 촌평을 알차게 넣은 것 역시 눈여겨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맞아 홍세화, 박태견, 유재건이 참여한 좌담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의의와 과제를 논의하였고, 촛불시위를 주제로 한 현장통신은 적극적인 독자의 참여를 보여주었다. 이번 호에는 세계 각 지역의 지식인들에게 동일한 개념어 일람표를 보내어 다양한 정의들을 수록한 고은의 「개념의 숲」과 신혜경의 시평 「새만금사업의 향방」, 대산대학문학수상작 그리고 성석제와 김지영의 문화평 등도 담겨있다. 2003년의 첫 호를 시작한 『창작과 비평』 아동문학 등 아직 까지는 다뤄보지 않았던 분야의 작품들도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다. 그러나 편집인의 바람대로 ‘정론지겸 문학 중심지’로의 조심스런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 송지은 리포터(국문·4년) brightnur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