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 안도현

저 어린 것이
이 험한 곳에 겁도 없이
뾰족, 뾰족 연초록 새순을
내밀고 나오는 것
애쓴다,
참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저 쬐그만 것이
이빨도 나지 않은 것이
눈에 파랗게 불을켜 보려고
세상 속으로
여기가 어디라고,
조금씩,
조금씩
손가락을 내밀어 보는 것

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이 봄에
연애 한번 하러 나오는가 싶다

물푸레나무 바라보는 동안
온몸이 아흐 가려워지는
나도,
살맛 나는
물푸레나무 되고 싶다

저 습진 땅에서
이내 몸 구석구석까지
봄이 오는구나

  1993년 3월, 춘천에서의 대학 입학식을 생각해 본다. 말이 3월이지, 봄꽃 하나 피지 않은 춘천은 봄이라기 겨울에 가까운 계절이었지만, 내 삶에서는 입춘과 같은 날이기도 했다. 이 시의 표현처럼 겁도 없이 뾰족, 뾰족 연초록 새순을 내밀고 나오는, 또한 새로운 날개가 돋아 한없이 겨드랑이가 간질간질한 살 맛나는 물푸레나무였다.

  다시, 2004년 3월, 새롭게 대학 생활을 시작할 후배들의 입학식을 생각해본다. 그들도 눈에 파랗게 불 한 번 켜보려고, 또 진한 연애라도 해보고 싶은 풀푸레나무 어린 새순처럼 춘천에서의 새로운 봄을 시작하겠지? 봉의산 봄꽃 보다 먼저 피어날 그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이 시로 마음을 대신 전한다.

/ 이인자(국문 97년 졸업,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 에듀토피아 중앙교육 홍보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