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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빗방울 전주곡-립싱크 랩소디6심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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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9.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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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전주곡 - 립싱크 랩소디6 (심재상)

잠자리떼의 저공비행이 점점 더 격렬해집니다. 그 아우 성에 맞불이라도 지피듯 작은 물고기들이 입을 벙긋대 며 수면으로 솟구칩니다. 수백송이의 물꽃들이 폭죽처 럼 피어났다 폭죽처럼 스러집니다. 부서지고 또 부서지 면서도 수면은 무섭게 고요합니다. 서 있을 수도 앉아버 릴 수도 없는 이 북받침이 나의 시작이고 나의 끝입니다.

  아마도 늦여름, 초가을쯤 되는 오후 4시경이었을 겁니다. 풀잎보다도 가벼운 날개를 단 잠자리들이 프로펠러마냥 단단하게 펄럭이며, 저공 비행을 합니다. 적의 진지에서 중요한 비밀정보라도 캐내고 온 아군처럼 폭풍을 예고하는 퍼포먼스가 무척이나 비장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물고기들이 등장합니다. ‘알았어, 알았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꺼야’ 곧 폭풍을 몰고 온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본격적인 무대 위로 나온 빗방울들이 강물 위를 강타하자, 물꽃들은 폭죽처럼 피어났다가 폭죽처럼 스러집니다. 스러집니다. 뒤집어지거나, 격렬하게 몸싸움이라도 날 줄 알았던 수면 위는 참으로 무섭게 조용하고, 알 수 없는 우울한 감정들이 ‘웅웅웅’거리며 내게로 밀려옵니다.

  북받침! 첫 행에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북받침이라는 싯구가 드디어 마지막 행에서 등장합니다. 정말이지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참으로 우울한 립싱크 랩소디를 듣는 오후 4시입니다.

/ 이인자 (국문 97년 졸업,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 에듀토피아 중앙교육 홍보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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