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하우스보이에서 미 상원의원이 되기까지

  한국인 최초로 미 워싱턴주 상원의원 부의장을 맡은 신호범 박사가 지난 5일 다산관(사회과학관)에서 ‘21세기 한국 학생들이 갈길'이라는 제목의 특강을 열었다.

  130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특강은 사회복지학과 주최로 진행됐으며 신박사의 인생역전을 들어보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공을 이룬 그의 삶은 강의 내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신 박사는 “어릴 적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학교도 못 다니고 서울역에서 거지생활을 했습니다"라며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미 상원의원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고 말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신박사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짧은 시간에 일제시대, 제국주의, 산업화 등 격동의 세월을 보낸 한국이 21세기에 갈 길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는 자신이 겪은 청년의 삶을 이야기하며 강의를 이어나갔다. 신박사는 어려서 겪은 거지생활, 미군부대의 하우스 보이,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교수가 된 과정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특히, 함께 거지생활을 했던 친구 재연이 자살해 죽은 아픈 과거를 이야기할 때에는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신박사가 결정적으로 삶의 희망을 가지게 된 계기는 미군부대에서 하우스 보이로 일할 당시 미군 폴 대위가 자신을 입양해 미국으로 데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갖 인종차별, 언어장벽 등에 부딪히면서 또 한번 어려움을 겪었다. 그 속에서도 신박사가 그 어려운 시절을 견뎌낼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밤하늘의 총총히 빛나는 별이었다. 신박사는 “밖에서 자며 별을 많이 봤습니다. 별을 보며 하나하나 세다보니 별에서 꿈과 희망이 생기고 또 그 꿈속에서 별을 찾았습니다”고 말했다.

  신박사는 “미국생활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이 인종차별이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백인들만 들어가는 식당에서 쫓겨나 “언젠가는 정치인이 되어 이런 현실을 고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 후, 열심히 공부해 주한 미대사 후보에 올라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일본, 중국 등에서의 외교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그 결과, 30여년 뒤 그는 꿈꾸었던 정계입문의 발판이 된 미국 하원의원이 되었다.

  신박사는 자신이 하원의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신박사는 3만6천여 가구를 직접 방문하며 유세를 펼쳤다. 어느날은 같이 동행하던 기자가 힘들어하며 신박사에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냐"고 물었다고 한다. 신박사는 이에 “이 다리는 한국산이라서 그렇답니다"라고 말했다며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했다. 신박사는 자신이 상원의원이 되기 위해 활동했던 과정을 학생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신박사는 “여러분 마음속에 꿈을 가지십시오. 삶은 꿈을 꾸는 대로 진행됩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강의를 마칠 즈음 신박사는 최근 자신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신박사는 미국에서 정치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금 유태인들이 미국 정치계의 17%를 차지해 강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 그는 “여러분이 21세기에 꾸어야 할 꿈은 세계를 무대로 한 꿈입니다"라며 강의를 마쳤다.

  끝나자, 강의장은 박수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또한, 신박사는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강의장을 빠져나갔다. 강의를 들은 임일동(사회복지·2)씨는 “갈등하던 나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친 뒤 신박사는 “젊은 학생들을 만나 강연하니 내가 오히려 기쁘다"며 “부디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잊지 말고 꿈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손범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