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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홈쇼핑의 이민 상품이 순식간에 매진되어 버렸다고 해서 언론에서 크게 다룬 적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기러기아빠의 출현 또한 어떠한가? 이러한 현상이 모두 ‘교육’ 때문이라고 하니 우리의 교육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리도 문제투성이의 교육을…. 교육원로 정범모 교수님의 저서에서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제시되어 있다.
■ 한국의 위기의 원인과 처방
조선의 망국원인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에서는 망국의 현상이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도 발견되는 데서
한국의 위기를 지적한다. 이어서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는 저자 자신의 체험의 한국사를 통해 국가의 소중함과 한국의 내일에 희망이 있으려면 국력을
배양하고 국격(國格)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도자와 교육계의 각성과 한국의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다.
■ 국력은 전방위적 장인적 역량이다
저자는 국력이 국가 활동 여러 영역의 역량에 걸친 전방위적(全方位的) 개념으로 인식되어야 하고, 그 역량은 각 영역의 전문적,
장인적인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필요하고 바람직한 모든 활동들이 제각기 다 소중한 보람으로 여겨지는
다가치(多價値) 풍토, 직업 활동을 생계·출세·치부 등의 수단으로서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보람으로 여기는 내재가치(內在價値) 풍토, 직업 활동
종사자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율(自律)의 풍토, 여러 다른 의견과 사고양식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다양(多樣)의 풍토 등을 국력배양에 필수적인
정신풍토로 열거하고 있다.
■ 자유민주주의는 한국이 갖추어야 할 국격이다
사람됨의 품격인 인격을 국가에 의지하여 국격을 갖추자고 하는 것은 다소 형식적인 면이 강조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사실은
이 부분이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 중의 하나인 듯하다. 현재 한국의 혼란은 국민이 국격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저자는 국격은 그 국가의 통치체제가 얼마나 인간존중을 중핵사상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에
가까우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견지를 취한다. 자유민주주의는 하나의 제도이기 이전에 윤리의 체계며, 그 성숙을 위한 끊임없는 의식적 노력이 있어야
하는 힘든 이념이다. 따라서, 그러한 노력 없이는 자유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것은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비자유민주주의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민주주의만으로는 얼마나 쉽게 국민의 자유가 말살될 수 있는 지를 다양한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가 독재와 비자유의 원인일 수 있으며, 선동과 포퓰리즘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 국력배양과 국격구비의 담당자
저자는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지도층의 역할을 구술하고 있는데, 이는 한 국가의 흥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다.
이 책은 지도자는 동시에 교육자라고 규정한다. 또한 진정한 지도자는 구성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며, 각 성원에 대한 역량의 향상이 곧 집단
역량의 증대로 이어짐을 알기에 성원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으며, 현재의 지도자 충원제도로서의 각종 고시는 ‘시험의 선수’만 선발할 뿐이며, 이러한 요건을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제도라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회생불능의 단계로 접어든 한국교육의 병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 책은 사회전반의 주요기관,
교육행정, 교사, 학부모 등 4개의 부문에 삼키기에는 힘들고 쓴 처방을 제시한다.
■ 초인을 기다리며
이 시대는 비난은 있되 대안은 없는 시대다. 온갖 매체를 통해 범람하는 무수한 말들 속에서도 잘못에 대한 지적은 있으되,
그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편협하거나, 임시방편적이어서 결국엔 더 큰 위험을 자초하게 될 것들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건네는 소박한 사랑과 걱정을 담은 글이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어떤 부분은 읽으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부분은 같은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이로서의 반성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도 하고, 학부모로서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도 하게 한다. 저자의 염원대로 결국은 뜻있는 모든 국민이 철저한 자기반성과 투철한 실천의지를 간직하고 있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되어야만 대다수 국민이 갖고 있는 이 막연한 불안감은 걷히게 될 것이다.
/ 신소영(기초교육대학 연구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