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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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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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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샤갈, 하고 부르면 이 이름처럼 부드러운 사람이 눈앞에 나타날 듯 합니다. 98살에 죽은 호호백발 유태인 할아버지가 아니라 그의 행복한 그림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날고 있는 젊은 사람이, 샤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아요. 그 샤갈의 마을은 밝은 삼월이고 눈이 옵니다. 사내의 얼굴에 돋은 정맥은 새 생명처럼 섬세하고 예민하며, 눈은 축복의 요정처럼 마을에 가득합니다.

  날은 포근하고 햇빛은 밝고 그런데도 함박눈이 날리고 그리고 샤갈이라는 부드러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는 이곳은, 달콤한 꿈 속의 한 장면이 아닐까 싶군요. 아마 우리의 삼월에도 한번쯤 더 눈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오는 이 세상의 삼월 어느 날은 혹 봄옷 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미고 길이 질척이고 신발과 양말이 다 젖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삼월의 눈 속에서 문득 이 샤갈의 행복한 마을을 떠올려보시길.

/ 신지연 (시인, 기초교육대학 교양작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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