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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맨발 - 문태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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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9.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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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을 멎었으리라


---------------------------------------------


  이 시에서 우리는 불행한 존재의 침묵을 전해 듣는다. 아니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읽어내려 가는 동안 또 하나의 침묵하는 슬픈 존재로 전이된다.

  시인은 어느 날, 어물전 앞을 지나다가 길 가에 쭉 늘어놓은 물그릇 속에서 붉은 살을 내밀고 바닥을 더듬는 개조개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팔려나가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르는 한 생명체의 풍전등화 같은 살아있음에 가슴이 저렸을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개조개의 조심스런 외출을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나온’,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는 한 쓰라린 존재의 도정으로 인식하고 그 생을 반추한다. 그리고 시인은 그 상처의 동질성, 내밀한 고통의 운명성을 감지하며 ‘아-하고 울던 것들’의 ‘배를 채워’ 야만 하는 한 가장의 막막한 고뇌로 읽어낸다.

  그러나 사랑과 연민과 비극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시어들이 목이 메도록 가득한 이 시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슬픔의 힘으로 느끼는 절대 삶에 대한 확인이다. 그것은 ‘울던 것들의 배를 채워주는’‘죽은 부처’인 ‘부르튼 맨발’의 그 천천히 움직이는 끝없는 탐구가 멈출 수 없는 생에 대한 그리움이며, 운명 앞에 오연한 존재의 눈물겨운 의지이기 때문이다.

/ 고경희(시인·국문과 2004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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