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씌어진 검정색 지갑을 찾습니다. 분실장소: 도서관 4층 일시: ○월 ○일 습득하신 분은 ○○○로 연락 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중요한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도서관 게시판이나 화장실 벽면 혹은 다른 어떤 장소에서라도 위와 같은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학내에서 분실·도난 사고가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필자도 그런 도난 사고의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지난 6월 도서관에서 지갑을 잃어 버렸다. 그날 오후 도서관 안은 많은 학우들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낸 뒤 지갑을 다시 가방에 넣고 휴게실로 갔다. 음료수를 마시고 10여분 후에 도서관으로 돌아왔을 때 가방 안의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순간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이미 지갑은 없어졌고 이제는 지갑을 가져간 그 학우의 양심에 호소하는 수밖엡….

  나는 지갑을 찾고 있다는 광고문을 써서 도서관과 게시판에 붙이고는 지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한 학우가 화장실에서 주운 내 지갑을 우리 과 행정실에 전해 주었다.(그 학우에게는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다행히도 지갑은 찾을 수 있었지만 난 그날 이후 학우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학내에서의 도난 사고는 비단 나만이 겪은 일은 아니다. 많은 학우들이 공부하러 들어간 도서관에서 피해(정신적·물질적)를 입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학내 어디에선가 다른 학우에게 그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을지 모른다.

  비록 지갑 속의 액수가 적고 잃어버린 물건의 값어치가 그리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받은 작은 피해 하나하나가 우리 한림학우들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행여 다른 학우의 물건에 탐이 날지라도 한림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도덕적 양심이 앞서는, 그리고 먼저 타인을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 윤소연 (철학과·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