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합이 12년을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 아니 어느 것에 기준을 둬야 할지도 모른 채 ‘대학 입학’이라는 한가지만 보고 달려왔다. 그 쓴 고생 뒤에 온 단 열매는 ‘대학’이라는 자율적인 사회였다. 처음 맛보는 자율이란 것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때론 힘들어하면서 나름대로 자율적인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자율적인 대학안에 한 군데 타율적인 곳이 있다. 바로 ‘기숙사’이다.

  기숙사의 주체는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는 9백여명의 학생들인데도 그저 사감이나 기숙사측의 운영방침을 전달, 통보 받는 식의 수동적인 입장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 조차도 내가 지내 온 지난 4학기 동안 일관되게 지켜지지 않았다. 다행히 작년 이맘때쯤 학생 자율을 위한 설문조사 등 학생들을 위한 노력들이 보였으나, 이번 학기에는 어떠한 사전 통보와 의견 수렴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언제나 그랬듯 다시 ‘타율’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또한 학교에서는 좀 더 많은 수용을 위해 계속 기숙사를 증축하고 있지만 그것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기숙사측은 계속되는 증축공사에 관해 한마디 언급도 해주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각종 소음과 먼지를 묵묵히 참아야만 했다. 더욱이 변한 것은 없는데 해마다 오르는 기숙사비의 내력이 궁금할 뿐더러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이유로 ‘들어오기 싫으면 말아라’라는 식의 운영방침은 납득하기 힘들다.

  우선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정리하겠다. 첫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에 실시했던 외박 신고제를 허가제로 다시 바꾼 것을 지적하고 싶다. 기숙사를 쓰는 학생들도 밤늦게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을 뒤로 미룬다거나 중요한 일을 포기해야 돼 낭패를 볼 때가 많다.

  둘째, 귀사 시간이다. 12시까지 연장해도 별 무리가 없는데 굳이 11시 30분을 고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셋째, 매 학기마다 열리는 ‘열림제’를 들 수 있다. 열림제는 기숙사를 쓰는 학생들을 위한 행사지만 기숙사 사생들만의 축제를 넘어 한림학우 모두의 축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홍보도 부족하고 지원금이나 장비, 기타 제반 사항에 있어서 너무나 열악해서 ‘열림제’의 의의를 찾을 수 없다.

  넷째, 기존의 시설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부족한 시설물이 많다. 얼마전에 각방마다 전화기를 설치, 학생들은 방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은 호출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화를 걸 수 있는 공중전화가 더 필요하다. 특히 현재 공중전화는 폐문 이후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내 공중전화 설치가 시급하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의 사칙이나 운영방침들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토론, 합의의 과정을 거쳐서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물론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먼저 되돌아보고 고쳐야 할 것들이 많다. 자기 것이 아니라고 시설물을 마구 사용하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채 밤늦게까지 큰 소리로 떠든다거나 하는 행동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또 운영방침이 어떤 것이든 간에 지킬 것은 지킨 후에야 자율이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고 권리를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자율을 인정하고 권리를 인정해 주겠는가. 기숙사를 내 집처럼 아끼고 깨끗하게 사용하며 공동 생활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철저하게 지키고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된다. 그리고 가장 뚜렷이 명시돼야 할 것은 학생들 스스로의 자율에 대한 철저한 책임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학생들 스스로의 자율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을 믿으며 앞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이 조속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 박민영 (심리학과·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