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여성운동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에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태동과 발전,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1. 여성운동의 태동과 자유주의 여권 운동
2. 진보적 여성운동
① 일제하와 미군정기, 7·80년대
② 90년대와 그 이후의 과제
90년 이후 사회주의권의 붕괴, 사회운동의 전반적인 침체 및 재편, 소위 문민정부의 출범 그리고 시민운동의 형성과 전개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진보적인 여성운동도 80년대와는 달리 전체 사회운동보다는 여성운동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대하고 계층기반을 넓혀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하여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여성의 독자적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성폭력문제, 모성보호, 고용평등문제, 탁아문제, 여성문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외에도 환경, 교육, 언론, 상담 등으로 여성운동의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교육이나 지원 등의 사업도 대중적,
대규모적, 문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해가는 시점에 와있다.
여성운동은 80년대까지 정부와의 기본적인 대립관계, 의사소통과 수렴통로의 부재와 제도정치권에 대한 전면적인 대항과 거부감으로
인해 정치적 대응방식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모색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90년 이후 특히 현 정권 이후에는 정치적, 제도적인 참여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따라서 정부정책에 대응할만한 정책개발이 중요해졌으며, 개인적 또는 조직적으로 제도정치에의 직·간접적인 참여, 정부정책에의
개입과 견제, 로비 등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80년대의 여성운동은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빈민 등을 중심주체로 보고 그외의 계층은 보조세력으로 보았으나, 90년대에
들어서는 주민(지역운동의 중요성)과 시민(시민운동의 활성화)으로서의 전업주부와 사무직 여성노동자가 여성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으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업도 다양하게 실천되고 있다. 전업주부는 주로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있으며, 조직방식도 생활협동조합, 성폭력,
문화센터, 탁아소 등을 매개로 하여 다양화되고 있다.
80년대까지 진보적인 여성운동의 연대는 민족민주운동권과의 연대, 대중조직보다는 운동단체간의 연대가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 환경, 언론 등의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많아졌고 또한 여권성향의 보수적 여성단체, 국제여성운동단체와의 연대와 교류 또한
빈번해졌다. 연대의 방식도 수평적으로 이슈와 과제에 따라 연결되는 ‘네트워크방식’, 일상적인 연대보다는 사안별 연대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리고
노동부문에서도 생리휴가 폐지, 모집과 체육에서의 여성 차별, 직장탁아소 문제, 고용문제 등의 현안 대응에 있어 노동운동단체 보다는 노동조합과
연대하는 일이 많아졌다.
80년대의 여성운동은 다른 부문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이념적 지향이 분명했고 이는 곧바로 운동의 대상과 조직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90년 이후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다양한 이론 조류의 풍미 속에서 이념성에 대한 논쟁은 유보, 회피됐고, 때론 무관심과 불필요성, 혼란에
이르기도 했다. 한편에서 운동의 대중성, 다양성, 지역성에 대한 토론, 시민운동과 결합하는 등의 실천모색이 진행되고 있는 반면 이를 묶어내는
장기적인 조직전망이나 이념적 지향에 대해 집중화된 논의는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존방식의 이념논쟁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객관적,
논리적으로 읽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여성운동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이론적 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여성운동의 저변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여성운동은 소수 활동가 중심의 운동임을 부인 할 수
없다. 이제는 여성대중을 직접 조직하고 그 속에서 대중 지도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에 따라 지역사회의 문제는
지역단위의 입법과 행정 결과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해 볼 때,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여성대중조직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운동단체는 정책능력을 강화해 대중의 상태와 요구를 근거로 대안을 갖춘 운동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정보의 교환과 확보, 새로운
운동적 아이디어 제공, 운동의 목표관철을 위한 힘의 결집 등을 위해 다양한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 지역 내에서 각 단체들은 각각의
특수한 성격을 넘어서서 사안별, 과제별로 다양하고 유연한 연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국제적인 연대는 국제여성운동의 한국화,
한국여성운동의 국제화라는 차원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력에의 견제와 참여를 통해서 여성운동의 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지위향상에 중요한 법적, 제도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을 향한 여성운동의 세력화, 입지확보가 상당히
중요하다. 여성운동은 제한적이긴 해도 현 정권이 갖고 있는 개방성과 정치공간에의 개입여지를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는 것, 권력을 감시하고 민주화하는 과정 자체가 운동이고, 운동의 입지를 강화시킨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박기남('현대사회와 여성' 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