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 복지부 장관 등 고위직 공무원 3명이 뇌물수수와 관련하여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정부가 발표한 사정 평가 중간보고에 따르면 무려 6백30여건의 공직자 비리가 조사 중이거나 이미 처벌대상이 됐다고 한다. 부천시 공무원의 공금 횡령 규모가 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접한 이런 보도들은 매우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부정부패’는 왜 생겨나는 것이며 그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연구자들의 접근은 매우 다양하다. 예컨데 당사자 행위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는 도덕적 접근과 기타 제도적 접근, 권력관계적 접근방법 등 다양하다. 한 연구자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의 근원을 부정부패 구조의 역사적 생성과정을 통하여 규명하고자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공직자 비리문제가 식민통치의 잔재를 그대로 안고 출범한 제1공화국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참고자료:이서행, 「한국사회의 부정부패」, 《현대 사회문제》, p498)

  그러나 좀 더 가까이서 찾는다면 공직자 비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정경유착은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정책이 출범하는 60년대 초부터 본격화됐다. 이 당시에는 제한된 해외차관 및 기타 개발자금을 정부가 손에 쥔 채 재벌들에게 적당히 나눠주는 시대였기 때문에 이때부터 정계와 재계 사이의 부정부패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경제 개발사업이 가속화되면서 집권층과 관료조직을 중심으로 모든 기획, 관리, 통제가 이뤄졌고 동시에 관료조직은 자금의 배분과 이권의 산실로 작용했다. 따라서 권력과 금력의 밀착현상은 더욱 확대되고 구조화됐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문제는 어떤 개인 또는 정부내 특정부서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정부 전체, 우리사회 전반에 일반화된 사회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듯하다. 부정부패의 일반적 유형으로는 첫째 정치적인 것으로써 정경유착이 그 대표적인 현상이자 문제라 할 수 있다. 행정적인 것으로는 급행료, 상납금, 촌지, 떡값 등의 금품수수 행위, 공문서 위조, 비밀누설 등의 행위, 정실인사, 청탁인사 등 관리부조리를 꼽을 수 있다. 기타 사회적인 것으로는 준법정신의 결여, 공동체 의식 희박, 가족 이기주의 등을 들 수 있다.

  역대 정부들이 나름대로 격앙된 목소리로 부정부패 척결을 부르짖었고 다양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이 문제는 오히려 심화된 채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감사원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의 통제기능 강화, 투명한 정책결정, 외부의 감시 등 제도적 정비만으로는 미흡함이 이미 경험에서 밝혀졌다. 고위공직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하여 도덕성 회복을 위한 범사회적 운동의 전개와 같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지 않고서 문제 해결은 어렵다.

/ 나병균(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