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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지’로 집권 초기 많은 국민적 호응을 얻었던 정부는 현재 ‘개혁의 본질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는갗라는 의문을 낳을 만큼
정책과 개혁방법에서 많은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분야별로 나누어 싣는다
1 경제 - 금융실명제
2 교육 - 교육개혁
3 법 - 사법개혁
근대적 사법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885년으로 지난 해에 1백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근대적 사법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제의 식민지와 군사독재에 의해 그 본래의 의미와 본질은 왜곡되어 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권리실현에 봉사하는 제도로써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문민정부라 불리는 김영삼 정부가 집권 후 다양한 ‘제도개혁’을 통하여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제도개혁’ 가운데 사법개혁은 가장 어려운 과제의 하나였다. 사법개혁의 내용은 크게
법조인 수와 자질, 법조관행과 제도개선, 법조인 양성제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법조인 수와 자질에 관련한 사법개혁은 무엇보다도 국민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질있는’ 법률가를
충분히 배출한다는 것에 그 중점이 있다. 여기서 법률서비스는 단순히 변호사에 의한 일반 법률서비스 뿐만 아니라 사법절차에서 판, 검사에 의하여
이뤄지는 사법서비스도 포함되므로 판, 검사의 증원도 사법개혁의 필수적 요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법조인 수의 증원과 관련하여 1995년에
3백명, 1996년의 5백3명의 법조인 선발은 그동안 법률서비스의 제공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견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수년간 계속하여
법조인의 획기적 증원을 보장해야 하며 이런 점에서 1997년에 6백명 정도의 법조인을 선발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조인 증원의 확대가 과연 김영삼 정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가에 대하여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또한
법조인 수의 확대로 법조인의 자질이 하락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반대로 경쟁력의 향상으로 다양한 분야(예컨대 국제거래, 특허, 대외통상,
세무, 노·사, 교통, 의료 등)에서 법률서비스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법조인의 수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처럼 매년마다 다음해 법조인 선발의 수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년간 몇명을 선발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관행에는 불합리하고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적지않게 남아 있다. 예전의 사법제도의 불합리한 내용은
변호사 수임료, 전관예우의 관행, 변호사의 직업윤리 미흡, 법률 구조사업의 부족, 수사기관의 수사권 오용과 남용, 법관의 격무로 인한 소송의
형식적 진행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어 제도적 통제장치를 부분적으로 마련했다.
예컨대 전관예우의 폐해를 막기 위해 퇴임 후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변호사의 사건에 대하여 별도 재판부에서 특별 관리하도록
‘특정 형사사건의 재배당에 관한 예규’를 제정(1995년 7월)했으며, 「대한 변호사협회」의 주관으로 「변호사 보수제도 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그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또한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구속을 엄격히 제한하고,
구속한 경우에도 피의자의 구속이 필요한 것인가의 여부를 법관이 직접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장의 ‘실질 심사제도’를 도입(1997년 1월부터
시행)하여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국가적 법률 구조사업도 확대하여 민사사건 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에서도 법률구조를 실시하며, ‘공익 법무관제도’를 신설하여
법률서비스의 소외지역인 농어촌에서도 법률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본다면 김영삼 정부는 사법제도나 불합리한 관행의 개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현실의 사법제도에서 얼마나 효력을 나타낼지는 아직
모른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도나 관행의 개혁은 그것에 참가하고 있는 법조인 자신들이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권익보호라는 사법제도의 본질에
접근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셋째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혁은 법조인의 양성을 법학교육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양성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구조인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의 개혁을 통하여 양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학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법과 대학제안(2+4안, 2+3안)과 전문
법과대학원 설치안(4+2안, 4+3안), 법학대학원 설치안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치뤄졌으며, 집권여당의 패배로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의 주도권은 정부에서 법조계로 넘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혁은 기존의 사법시험에서 응시를 제한하고 일부 과목을 조정하여(1997년 부터 시행), 사법연수원의 운영과 내용의 일부
개편에 그치게 됐다.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혁은 사실상 실패했다.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개혁의 실패로 법학교육은 파행을 거듭할 것이며,
사법연수원이라는 법조인양성제도의 독점성과 구성원의 ‘선민의식’으로 인해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와 권익보호는 여전히 손상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인 국민의 권리의식 강화와 사회단체들의 노력이 이러한 위험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 정부의 사법개혁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그 출발점에서 개혁의지는 확고하고
개혁방향은 적절했던 것으로 보이나 그 도착점에서 사법 ‘개혁’은 그저 단순한 ‘개선’의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 전지연(법학과 조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