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는 156호부터 159호까지 신사회운동 현장취재로 도시 재개발지역 빈민운동과 여천공단 주변지역 환경운동을 실은바 있다. 이후 계속되는 시민운동, 생존권 투쟁과 앞으로의 향방을 짚어 보았다.

  철거민들의 겨울나기는 그 무엇보다 힘들다. 전경과 철거용역반의 강제 철거는 공사가 없는 겨울에 집중적으로 강행되기 때문이다. 벌써에서 서울시 방배2동, 현저동, 상계3-1지구는 지난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에 걸쳐 전경과 용역들의 대대적인 철거 작업이 강행됐다. 특히 현저동의 경우, 가수용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한 철거가 강행됐다. 그리고 지난 9월 중순 취재팀이 다녀왔던 봉천동과 금호8지구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동계 철거에 불안해 하고 있다.

  최근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은 서울지역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에서도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23, 24일 양일간 부산 승당마을의 철거민들은 부산시의 폭압적인 강제철거에 대응해 골리앗을 쌓고 30시간에 걸친 고공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의 주장은 도시재개발법에 명시된 가수용단지 설치와 입주를 보장해 달라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부산시는 공권력을 투입해 20여명의 주민 부상자와 16명의 구속자를 낳는 불상사를 초래했다.

  아직도 정부는 철거민의 생존권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관심이 없이 폭압적인 공권력과 용역을 동원한 강제 철거에만 고심하고 있다. OECD가입과 월드컵 유치라는 ‘자본의 잔캄 뒤에서 빈민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 철거는 현 정부가 외치는 ‘문민 행정 논리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죽음의 땅’,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사형선고가 내린 여천공단 주변마을에서는 아직도 주민 이주대책을 위한 정부의 뚜렷한 발표가 없이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말 취재팀이 이곳을 찾았을 때는 여천공단 일대의 심각한 환경오염이 대대적인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을 때였다. 여천공단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환경부를 겨냥해 환경조사결과 은폐 사실을 추궁하는 등 조속한 주민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 감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주민측과 정부측의 냉전만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지역환경단체나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 또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여천공단 주변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과 맞물려 최근에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여천공단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에 관한 문제이다. 70년대 들어선 여천공단은 건물 노후로 90년대 들어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유독성 대기에 노출된 채 수년간 근무해 온 공단 노동자들은 각종 직업병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여천공단은 한때 경제발전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으나, 지금은 환경, 주민안전, 생계, 공단 노동자 등 여천 지역 전체 문제거리로 남아 있다. 정부는 졸속 행정을 개선하여, 하루빨리 여천공단 주민 이주와 환경 복구에 기업체와 협의하여 공단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 김승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