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약진’ ‘투표율 저조’, ‘남발하는 공약’, ‘자기 사람 끌어들이기’는 대학선거의 꼬리표가 됐다. ‘한총련 사건’ 이후 학생운동의 변화 요구와 학생 자치권 억압이라는 흐름 속에서 치뤄진 올 총학생회장 선거는 학생들의 ‘한총련 사건 ’평가가 주요 변수로 예측됐다. 그러나 선거결과 ‘한총련 사건’평가는 ‘일반적인’ 선거분위기 속에서 ‘조직력’에 밀렸다고 평가된다.

  한편 올해 초 「서울지역총학생회 연합」 의장 선거에서부터 대두됐던 NL 계열의 ‘자주적 학생회’와 ‘사람사랑 학생회’와의 분리 현상이 학생회 선거를 통해 가시화된 것도 커다란 변화양상이다. 또 얼마전부터 학생회 선거에서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 ‘비권’후보는 예년과 비슷한 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저조해지는 투표율은 이제 50%라는 위험수위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숙명여대와 경산대에서는 투표율이 50%에 못미처 재투표를 해야 하는 처지다. 이념적 지향은 ‘명확’하나 그에 조응하는 정책의 부재는 와 학생회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올해 총학선거에서는 학생들의 생활문화와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또 한편으로는 학생회를 이끌어 가겠다는 ‘책임’보다는 총학생회 ‘장악’이 선거의 목표로 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 등록금 문제라든지 학생복지수준 향상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선거에서도 경쟁논리가 적용돼 실천가능한 공약보다는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공약이 먼저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시된다. 한 여학생의 경우 “매년 비슷안 내용의 공약이 나오고, 후보자 사이에서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운다. 그런데 내세운 공약들이 지켜지는 것을 보기 힘들다”며 공약의 실천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자의 경우는 ‘총학생회 선거’라는 명칭에서부터 다소 문제가 된다. ‘총학생회 선거’가 아닌 ‘총학생회장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 선거’로 오용된 것은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에서 두 사람의 후보를 ‘추대’하는 형식으로 후보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대’된 후보자를 중심으로 「선본」은 조직력을 동원, 당선을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문제가 표출된 것이 서원대학교 문제이다. 서원대학교의 경우 사범대 학생회의 간부들이 사표를 내고 선거운동에 참여함에 따라 사범대 학생회 사업이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이는 단지 서원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학생회의 더 큰 반성이 요구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학생회가 운동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나 학생들 개개인의 이해를 풀어줄 수 있는 ‘공통의 장’의 면에서 소홀했다. 바로 이 점에서 학생들의 무관심은 발생한다.

  위와 같은 점을 살펴볼 때 이제는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좋은 예의 하나가 선거공영제의 확대 실시이다. 선거공영제는 포스터, 플랜카드, 정책자료집 등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제작해 과도한 선거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학교는 실행하고 있지 않지만 후보자 개인의 선거비용을 줄이고, 학생들의 선거참여 확대를 위해 널리 실행해야 할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성’ 문제 또한 여느 선거 보다 심각하게 나타났다. 선거 전의 합의사항을 당락결과에 따라서 바꾼다든지, 선거시행세칙을 무시하는 식의 문제가 성균관대, 인천대, 부산외대 등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 잔치는 막을 내리고 있다. 예년과 다름없이 NL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PD계가 다소 약진한 것으로 선거 결과가 분석됐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이다. 이제 학생회는 앞으로 학생회 활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리고 선거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보고, 그 고민의 조직적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 송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