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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양반문화의 선택과 양반사회의 지향은 다르다미야자와 히로시의 『양반』을 읽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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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9.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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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양반』(나남)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해서 외국인, 특히 일본인이 책을 펴냈는데 나는 읽어보기조차 않는다면 왠지 허전함을 느낄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혀, 주저없이 『양반』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저자의 우리나라 역사적 지식에 관한 박식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들을 보기 좋고, 읽기 좋게 단순히 나열해 놓은 것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저자의 생각과 판단을 가미해 역사를 해석하려는 노력도 잊지 않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양반』을 읽으면서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유교적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그것은 저자가 제3자인 일본인이기 때문에 좀더 한 곳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절대로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생활의 주기가 일본인의 눈엔 유교의 예로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 된 것이다.

  『양반』은 재지양반층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안동 권씨 가문을 예로 설명하고 있는데 권행의 경우처럼 동족집단의 시조가 되는 인물은 무엇인가 현저한 공적이 있는 인물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것은 동족집단이 생물학적 집단이기보다는 사회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재지양반으로서의 위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족집단을 형성해 동족으로서의 결합을 강화해야만 했으며, 자손들이 대대로 세거지에 정착하며 그 속에서 과거 합격자를 계속 배출해야만 비로소 재지양반이라는 사회적 인지를 받게되는 것이다.

  사회계층으로서의 재지양반계층은 일종의 사회적 운동으로써 형성된 것이고, 널리 농촌지역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점이 중요하다. 이렇게 농촌에 뿌리 박아 넓게 분포된 재지양반층을 통해 조선시대 후기인 18·19세에 이르러서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유교적 예가 일반 민중에게까지 보급되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고, 오늘날까지 계속 살아있는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다. 저자는 18세기 이후 향리층이나 민중들의 양반으로의 신분상승 노력이 양반지향을 꿈꾸는 것이고, 오늘날 한국인이 족보를 가지고 있는 것 등으로 양반지향 사회성립의 단적 지표로 단정하고 있으나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향리나 민중들이 양반으로의 신분상승을 꿈꿨던 것은 그 당시 가장 특권을 누리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던 양반사회가 선망의 대상이었으므로 선택의 여지없이 그들이 지향하는 모델이 ‘양반'이었을 뿐, 양반사회 자체를 지향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과거 특권계층인 양반들의 문화인 조상숭배나 족보 등을 중요시 여기는 것은 우리사회가 양반지향의 사회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유교적 영향으로 과거부터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중요하게 여겼던 것을 계속해서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오늘날 우리사회에 유교적 영향이 남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날 과거 양반들만이 소유했던 문화를 선호한다고 해서 우리가 양반지향의 사회에 산다고는 볼 수 없음을 밝히고 싶다. 우리는 단지 위 세대의 관습 중 가장 특권적이었던 양반들의 문화를 선택했을 뿐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가 굳이 천대 받았던 천민의 문화를 따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양반의 문화를 선택한 데는 전 시대의 중심 가치였던 유교적 이념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한 듯 하다.

/ 국주연(사회복지학과·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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