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6년동안 경험했던 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객이나 종(?)의 개념 없이 모두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공동체 곳곳에는 주인임을 상기시키려는 갖가지 어구와 말이 늘 붙어 있었다. 그들의 주인의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기적 개인주의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흔히 지나치기 쉬운 여러가지 것들이 일상화하도록 곳곳에 늘 친절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그들은 창문이 없는 공간에서도 담배를 피워 결국 미국 물을 먹었다는 비달사순 삼푸향내가 삼 분도 안되어 담배인삼공사의 향기로 바뀌는, 기막힌 애국심을 가르치고 있었으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공해의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튼튼한 신체가 되도록 담뱃재와 침, 엎질러진 커피, 바닥에 있는 꽁초와 껌 등 바닥부터 천장까지 공동체 주변을 생생한 공해의 보고가 되게 하여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강유해요소가 튼튼한 신체만들기 이외의 것으로 쓰여지지 않도록 그들은 자신들이 거취하는 곳곳을 이용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남다를 바 없는 잔디밭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담배밭에 잔디가 듬성듬성 버티고 있는데, 내 생각으로는 자연의 강인함을 알려 주려는 현장학습시설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요즘 들어 각박해져가는 세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한 방안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들은 새벽 다섯시부터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있으며, 도서관 곳곳의 책상들에는 사람들의 책, 시간표 등이 놓여져 있어 자연스레 서로의 이름과 소속을 익히게 하여 친근한 분위기를 엮어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이타심이 발휘되는 곳이 또한 도서관인데, 그곳의 책들은 서로가 좋은 소스를 쉽게 건질 수 있도록 줄이 쳐져 있고, 꼭 나올만한 사항은 형광펜과 별표까지 있어 사람들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자칫 도서관의 삭막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그들은 책을 지정된 장소에서 옮겨 놓거나 - 임꺽정이 문학파트가 아닌 법학파트에 있는 - 건물 곳곳에 금연표지를 부착해 사람들의 의구심을 한껏 돋우다가도 잊지 않고 알림표지-중앙관 4층 현장참고-를 부착해 공동체의 분위기를 늘 웃음과 긴장이 감도는 화기애애한 곳으로 유지한다.

  물론 어디에나 있는 반대자들이 그 공동체에도 있다. 그 불평 불만자들은 가끔 공동체의 신문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공동체의 대응은 한결같다. 그 불만들을 너그러이 수용하여 한 번도 공개적으로 공동체의 지침을 밝히지는 않지만, 늘 변함없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그 불만들이 스스로 사그라지거나 적응할 수 있는 관대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 그 공동체가 어디에 있냐구?

/ 김근혜(철학과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