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또 그대에게 찬사를 보내야 한다. 보고 또 보고 또 보아도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답고, 고맙기만 하다. 강원도 전체가 산인데 봉의산은 어디가 잘나서 극찬을 하느냐고 하겠지만, 넓은 춘천분지 한가운데 봉황새 모양으로 우뚝 솟은 봉의산! 이만한 산이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구….

  봉의산은 분명 대룡산 줄기가 봉요학슬(蜂腰鶴膝 - 풍수지리설에서 명당 조건의 산줄기 모양을 요약한 말로, 벌의 허리같이 잘룩하고, 학의 다리같이 가늘고 길게 뻗어내린 모양으로 끝부분에 명당자리가 있다고 한다)모양으로 동내면 거두리를 지나 석사동, 후평동 10km이상을 끊어질 듯 이어오면서 마침내 웅장한 봉의산을 만들어냈다.

  구태여 생성시기를 묻는다면 주생대 초기에 해당되는 백악기(白堊紀)에 삼악산에서부터 춘천분지일대에 큰 융기운동이 있을 때 봉의산이 형성 됐다고 추측한다면 1억4천만년을 의연하게 저 모양대로 이어왔고 수많은 선조들이 살아오면서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우리에게 물려주었기에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훼손하지 말고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봉의산 정면에 해당되는 강원고등학교 자리에 고층아파트를 건축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층아파트라면 돈많은 업자가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시공을 하는 것인데, 설사 외지의 업자가 허가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시장이 허가할 리 만무하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뉴욕의 가운데 있는 중앙공원(Central Park)은 록펠러라는 재산가가 땅을 기증하고 뉴욕시에서 건설한 공원이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재산가와 시에서 힘을 모아 시민을 위한 큰 공원을 조성했는데,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천연의 공원을 훼손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후손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개발과 재산권을 앞세워 아무리 합법과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이 문제만은 절대 불가하다. 자연과 역사와 후손을 저버리고 목전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망상이 어찌 옳은 것인가. 고층아파트가 세워지면 봉의산이 가리워져 자연이 훼손되고, 한림대학교 캠퍼스도 시야가 가려지고 일광이 차단돼 상아탑의 품위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경사진 도로에 교통이 혼잡하게 될 것이다. 춘천시 외곽지대에 택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구태여 이곳에다 고층건물을 세워 봉의산을 손상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만일 시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합법과 공권력을 앞세워 강행한다면 어쩔 것인가? 물론 전망과 위치가 좋아 비싼 값으로 판다는 ‘일확천금’의 개발론으로 밀어부친다면 할 말은 없다. 1971년 공장건설이 한창일 때 충남대학교 대학원 유정기 교수가 공해이야기를 했다가 당장 파면 당했다. 불과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공해문제가 공공연한 이슈가 되지 않는가. 앞으로 몇년 후에는 개발에 앞서 환경과 공해문제가 우선 논의될 것이 분명하다. 봉의산 정면에 세워진 고층아파트가 서울 남산 전면의 외인아파트처럼 몇초사이에 폭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망상일까.

/「춘천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 박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