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이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노동법 정국’은 한국 노동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가져왔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총파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분석, 향후 노동계의 향방을 전망해본다.

  노동법 정국은 끝나고 있는가? 최근 한보사태 황장엽 망명사건, 이한영 피살사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 노동법 정국은 국민들 눈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2월28일 「민주노총」은 여·야 노동법 협상안이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 3·4월 「임단투」와 연계해 5차 총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해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이후 전 국민적 관심이 되어 온 노동법 정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사정과 개혁이라는 ‘칼’을 들고 90%에 이르는 인기를 누리던 김영삼 대통령과 신한국당은 총파업을 고비로 인기도가 10% 이하로 내려갔다.

  이를 가장 뚜렷이 반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중산층에 속하는 ‘넥타이 부대’의 총파업 참여 및 종교, 학계, 시민단체로 이어진 국민의 지지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은 한국 사회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셈이됐다. 「민주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총파업 투쟁이 23일간 지속됐고 40만 여명이 한 번이상 파업투쟁에 참가, 하루평균 19만명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참가율은 과거 사회운동의 주체가 학생과 지식인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총파업은 노동자 중심의 노동운동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의 부문운동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주체임을 인식시켜주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 노동운동이 노동자 집단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이 아니라 민주적이며 자주적인 사회운동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과 노동운동이 전체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운동으로서 진일보했다는 것이다.

  총파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노동운동의 주도 세력 변화이다. 정부가 설립한 「한국노총」은 그동안 한국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충실한 어용노조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1995년 11월 「민주노총」이 설립된 이후 노동계에 그 세력은 빠르게 확장됐고, 총파업을 기점으로 한국 노동계의 명실상부한 주도세력으로 성장했다.

  아직 「민주노총」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도언론에서도 인정한 ‘치고 빠지는 유연한 전략’은 국민 여론을 형성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총파업을 선봉에서 진두지휘한 「금속연맹」산하 「현총련」을 비롯한 제조업노동자들이 전면파업으로 대응, 아직 산별노조가 과도기에 있는 시점에서 「금속연맹」의 활약은 산별노조체제로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총파업은 공산주의 몰락 이후 그동안 침체됐던 진보학계와 국제노동계에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총파업 기간 동안 명동성당을 방문, 지지의사를 표명했던 국제노동기구들의 활약 역시 총파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한 몫을 했다.

  이후 노동계를 전망하다는 것은 매우 불투명하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총파업의 성과와 노동자의 권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보사태, 김현철씨 사건 등 거대 재벌과 국가의 결탁, 보수 야당의 정권에 대한 욕망을 끊을 수 있는 방안 역시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설립으로 귀결될 것이다.

/여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