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한보의 부정대출 사건,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와 같은 사건들로 무척 어수선하다. 지난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 걸어왔던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 사건들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일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사건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담한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그 부패고리를 파고드는 파렴치한들, 공공의 이익을 위한 타협을 뒤로 하고 국민 대다수인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무례함을 함부로 범하는 위정자들.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정치, 경제의 난맥상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철학과 도덕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낳게 한다.

   이와 같은 우리 나라의 천민 자본주의성과 정치적 비민주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에는 과연 무엇이 앙금으로 남아 있겠는가? 바로 불신과 냉소 그리고 비애감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소위 국가경영자들의 사고에 과연 어떤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들의 사고에 비도적적이고 비생산적인 도덕률이 가득 차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러한 사고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나아가 ‘살 맛 나는 사회' 를 건설하는 것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이러한 모습은 소위 지배계층에 한정해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일반 시민사회의 모습에서도 NIMBY현상과 같은 집단 이기주의와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편법이 만연돼 있다. 건전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근대적인 사회윤리를 타파하고 새로운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허한 미사여구의 나열보다는 작은, 그러나 도덕적이고 공정한 실천이 우리에게 당장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범사회적 개혁운동이 전개되어야 하며, 국가도 이 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개혁운동은 선동적인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부정부패와 무사안일을 척결할 수 있는 도덕재무장운동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교육을 비롯한 사회체계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