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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대학문화에 침투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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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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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문화는 거의 전세계적으로 일종의 ‘과잉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과잉현상’ 속에서 문화는 상품화가 가능한 또 하나의 자본시장으로 등장했다. 이 시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공간이 대학이다. 이에 문화부에서는 총론으로 문화속에 침투한 자본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다음호부터는 대학문화 속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대학의 대항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① 자본의 대학문화 침투
② 대학문화의 역할과 나아갈 길

대중문화, 마진 높은 투기대상으로 전락

  자본이 문화에 침투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어감상 부정적인 뉘앙스를 준다. 차라리 자본에 문화가 침투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는 문화라는 것에 따라 다니는 순수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관련 있다. 반면 자본이 별로 품위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자본론>따위를 읽지 않아도 누구나 알 만큼 안다. 자본이 추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증식뿐이고 이를 위해서는 전통이니 민족이니 자연이니 하는 꽤나 완고해 보이는 실체들이나 가치들도 간단히 짓밟아 버린다. 그 덕에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진 것도 같지만 실은 무한히 확장되는 상품세계를 뒤치닥거리하고 허덕이며 쫓아가느라 그 행복의 완성은 영원히 지연된다.

  자본은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침투한다.  자본의 눈에 문화는 그저 무진장한 상품화가 가능한 또 하나의 공간일 뿐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이 침투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 침투가 본격화된 것은 20세기초 이후이다. 한편으로는 기왕의 제조업 분야에서 아직 상품화의 여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지만 좀더 핵심적인 이유는 문화가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구매력과 욕구를 동시에 갖춘 대중이 형성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매력이라는 면은 자본주의적 발전의 경제적 측면으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지만 문화에 대한 욕구라는 면은 다소 복합적인 맥락을 갖고 있다.

  문화에 ‘대’한 욕구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문화를 대상화된 형태로 마주하고 있는 삶의 모습을 전제한다. 그러나 문화는 애초에 삶의 결과 결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민중문화(popular culture)라고 할 때의 문화가 바로 그것이고 민중문화로부터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귀족들이나 대상인들의 후원 하에 발전해온 귀족문화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들에서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분리돼 있지 않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특히 민중문화와 일상적인 노동 사이에는 아무런 심연도 가로 놓여있지 않았다.

  자본에 내몰린 민중문화의 주인공들이 공장노동자들로 전락해 단순한 오락 이상의 욕구기회를 박탈당했을 때, 귀족계급을 타파한 부르주아지가 자본주의 초기의 ‘건전한’ 창업노동으로부터 해방돼 과도한 여가를 채워야 할 필요에 직면했을 때부터 문화 상품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예술이’라는 어휘가 특별하게 심오하고 세련된 취미영역을 가리키는 말로 확고하게 정착된 것도 바로 이때이다. 저마다의 가치를 가진 채 삶에 직접적으로 통합돼 있으면서 생산적인 상호관련을 맺기도 했던 민중문화와 귀족문화를 대신해서 단순한 오락으로 전락한다. 또한 대중문화와 그로부터 완전히 분단된 채 삶의 세계를 그저 고고하게 내려다 볼 뿐인 고급문화가 등장했던 것이다.

  대중문화는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가 틀 지우는 지루하고 피곤한 삶의 양상 자체 속에 그 존재조건을 가지는 ‘오락’으로서의 전락한다. 또한 새로운 상품시장에 대한 자본측에서의 절실한 요구, 대량 복제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촉매 삼아 20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세기 중반쯤에는 서구 전체에 걸쳐 거대한 문화산업을 출현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대중의 일상적 삶에 대한 장악이 일단락 되자 자본은 다시 고급문화의 영역으로 진력하기 시작했다. 부르주아적 삶의 질서에 대한 혐오와 심지어는 그에 대한 혁명적 반감에서 출발한 모더니즘 조류들은 차례로 무릅을 꿇고 점잖은 미술관과 얌전한 교과서 속에 안치되거나 투기대상으로 전락했다.

  한국 사회에서 자본의 문화침투는 경제성장의 열매가 배분되기 시작한 90년대 초에 본격화됐다. 저간의 ‘근로’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있던 ‘즐기는 삶’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삶의 의미를 깊이 따져 묻게 만드는 어떤 심각한 역사적 경험도 갖지 못한 채 순수한 소비문화 세대가 성년기에 접어 들고 있다. 그것은 곧 문화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근래에는 거대자본들이 중소규모의 자본에 맡겨졌던 음반, 영상 등의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광고산업은 문화산업의 꽃으로 자리잡고 있다. 광고를 ‘크리에이티브’라고 떠받들고 코카콜라가 자신만이 ‘오직 그것(real thing)’이라고 거들먹거려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 정성철(현실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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