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교동 94-146 외 6필(구 강원중학교 부지). 이곳은 봉의산 자락에 위치해 고도와 전망이 뛰어난 최상의 택지로 평가되나 봉의산 경관, 도심 스카이라인의 중요성 증대, 생태계 파괴가 우려돼 그동안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배양건설(주)」에서 이 땅을 매입, 총 6동 290세대(지하 2층, 지상 12, 14, 15층)규모의 아파트 신축을 골자로 한 ‘주택건설 사업계획 사전결정(이하 ‘사업계획 사전결정’)’을 춘천시청에 신청했다.

  구 강원중학교 부지는 「배양건설」이 동면 장학리에 강원고등학교 건물을 지어주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이며 지난 95년 4월 학교시설부지에서 대지로 변경, 건축법상으로는 하자가 없는 땅이다. 「배양건설」 대표 배성해씨는 “이곳은 이미 주거지로 바뀌었고, 아파트를 짓는데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태”라며 춘천시의 ‘사업계획 사전결정’이 내려지면 바로 공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춘천시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을 비롯한 「환경연합」, 「YMCA」, 「YWCA」 등의 시민단체들과 우리학교, 강원대는 아파트 신축을 반대하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2월5일 봉의산 경관을 크게 훼손시킨다는 것과 이 지역 일대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들어 「배양건설」의 고층아파트 신축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배양건설」의 신축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건축사, 변호사들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준비 중이며 오는 3월20일 ‘봉의산 어떻게 살릴것인갗라는 토론·강연회를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학교에서는 지난 2월20일 학생교육환경의 침해, 교수연구환경의 침해, 대학캠퍼스 조망권의 침해, 주변 교통혼잡으로 인한 대학환경의 침해, 건축공사로 인한 소음·먼지의 피해를 이유로 공식적인 아파트 신축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우리학교 「교수평위원회」에서도 아파트 신축 저지에 힘쓰고 있다.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봉의산은 생태조사 등을 통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자유로운 시민들의 공원으로 개발되야 하는데, 개별 이윤추구를 위해 훼손시키는 것은 시민들의 생활권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춘천시의 여러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봉의산 살리기 운동본부’의 발족에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시민단체와 우리학교의 잇따른 반대성명 발표로 오는 4월4일 ‘사업계획 사전결정’을 앞둔 춘천시는 심의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춘천시청 건축행정계 담당자는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으나 교통문제와 봉의산 환경 파괴문제는 심사에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결정이 ‘상당히 첨예한 문제’라는 것을 이유로 그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캠퍼스 부근의 고층건물 신축을 놓고 학교와 회사측이 마찰을 빗은 경우는 타대학에서도 잦은 일이다. 지난해 부산대와 「강암주택(주)」 사이에서 교육환경권 파괴와 사유재산권 침해를 놓고 빗어진 마찰에서 최초로 교육환경권이 인정된 후 한국교원대와 「태암건설(주)」 사이의 분쟁, 서원대와 「재원주택」 사이의 분쟁, 홍익대 인근 건축공사 저지 등 학원의 교육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학생과 학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문제해결을 위해 학생회, 교수, 교직원이 주축이 된 대책위원회를 구성, 교육환경권 수호 투쟁을 벌여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일반 학생들의 관심부족, 총학생회의 문제의식 결여, 학교측의 소극적 대응으로 구체적 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 일에 대해 총학생회는 항의방문이나 선전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양건설」의 고층아파트 신축이 ‘봉의산에 얽힌 춘천시민들의 정서’로 ‘시민단체 주도’성격을 강하게 내포한 것이 사실이나, 학생들과 학교측의 교육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시급한 형편이다. 총학생회는 일반 학생들에게 건물이 들어설 경우 야기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봉의산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야 할 것이다. 씨알의 터에서 내려다보이는 춘천시의 아름다운 야경은 우리의 무관심속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 김승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