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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이 개정되면서 반국가 단체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소지죄, 불고지죄 등에 대한 수사권이 부활됐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개정된 안기부법이 초래될 폐해와 안기부 피해당사자들의 사례를 알아본다.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의 ‘직권남용’과 ‘인권유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96년 12월26일 정부와 신한국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안기부법은 93년 이른 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야 만장일치로 개정한 것을 재개정한 것이다. 재개정 된 국가보안법은 제 7조에
규정된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이적단체구성, 이적 표현물 소지죄와 제 10조에 규정된 불고지죄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권을 부활시킨 것이다.
군사정권 이래 ‘국가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수많은 지식인, 학생, 정치인, 예술인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
지난 3월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기부 피해당사자들의 안기부법 개악반대 성명발표와 구체적인 피해사례 발표’는 안기부의
직권남용과 인권탄압 실태를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공개됐다. 이번 행사에는 김은주(93년 안기부 공작에 의한 남매 간첩사건), 김태년(95년
11월 부여무장간첩 김동식사건 관련 간첩혐의 기소내용 간첩혐의 제외), 김형찬(96년 12월 안기부원의 가혹행위로 분신기도 현재 치료중)이
참가했다. 특히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유전공학과 90학번 김형찬은 6시간 동안의 안기부 고문과 협박에 분신을 기도, 현재 대치동 순화병원에서
3도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김형찬군은 96년 12월5일 서울 신당동 후배 집에서 이재규(「경인총련」의장 직무대행)군의 영장을 제시하는 안기부직원에게 불법
연행되어 신당 6동 파출소와 경기도경 대공분실로 끌려가게 되었다. 수사과정에서 안기부직원들은 “북한에 다녀오지 않았냐”, “너 간첩 아니냐”,
“대공분실로 가면 너는 어차피 죽게된다. 그러니 운동권 동료 이름을 한 명이라도 대라”는 등 협박을 받았고, 방바닥에 얼굴을 밀착시킨 채 발로
짖밟고 이재규임을 시인하도록 강요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6시간 동안의 고문과 협박으로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 김형찬군은 결국 분신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안기부는 아무런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형찬군의 분신에 대해 ‘운동권의 상투적인 수사투쟁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은주씨는 오빠 김삼석씨와 93년 안기부 공작에 의한 남매간첩사건으로 참석했다. 현재 김삼석씨는 실형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재심 중에 있다. 김은주씨는 “여자라고 때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안기부에 잡혀있는 17일 동안 매일 맞기만했어요. 아직도 안기부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소름이 돋아 밤잠을 설치곤 하죠.”라며 안기부 휴유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그녀는 아직 오빠가 간첩혐의로 수감 중이라며
안기부법 철폐를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김태년씨와 박충렬씨는 안기부가 간첩혐의를 씌웠으나 증거가 없어, 단지 일상적인 재야 활동과 관련된 문건의 이적
표현물 위반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경우이다. 그러나 김태년씨는 안기부가 95년 12월8일 ‘김동식 기자회견’을 통해 수년간 간첩활동을
해왔다고 발표해 명예훼손을 회복할 길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태년씨는 “김태년씨는 아직도 고향이 가면 ‘빨갱이’냐고 물어봅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나 ‘간첩’낙인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죠.”
이처럼 ‘국가안전을 도모하기 위한’국가보안법은 재개정전에도 인권을 유린하는 데 악용돼왔다. YS는 ‘간첩’을 효율적으로
잡기위해, 국가 안전을 위해 재개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재개정으로 수사권이 확대된 안기부는 간첩검거를 빌미로
정보공작 정치와 정권의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안기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정치, 언론,
경찰, 행정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권력만큼 막강하다.
그렇다면 현 안기부 영향력을 감안할 때, 개정된 국가보안법이 초래할 폐혜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제 7조에 규정된 찬양·고무,
이적단체구성,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그 기준이 매우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해석과 기준이 애매해 민주세력, 진보세력을 비롯한 정부비판 세력을 강제,
사상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또한 안기부법으로 확대된 수사권으로 대공업무 수행을 명목으로 국민에 대한 감시·감독이 강화될
것이다. 김형찬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보안법과 공권력은 일반 학생들과도 멀지 않은 듯 하다.
지난 3월4일 우리학교에 난입한 사복경찰, 「전국학생연대」소속 학생 구속 사건, 「한총련」사건으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
복역 중인 학생 등 학원가에 계속되는 공안정국은 국가보안법의 위력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99년 전자주민카드가 실시될 경우,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수위는 가늠하기 어렵다. YS가 ‘선호하는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이 분리되어 있고, 검찰과 경찰이
독립돼어 있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은 안기부에게 수사권을 줘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독립성이 인정돼고 국민들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이루어 질 것이다.
/ 여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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