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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민족경제론을 주창한 실천적 지식인, 박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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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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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출현한 ‘위대한 전사’는 재야경제 평론가로 활동하다 96년 타계한 박현채를 모델로 한 것이다. ‘위대한 전사’ 박현채는 34년 11월3일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그는 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16세의 나이에 빨치산으로 입산했다가 51년 8월 복부 관통상을 입고 하산했다. 훗날 박현채는 당시 소년 빨치산으로서의 체험과 깨달음이 삶에서 일종의 원형적 모티브가 됐다고 회고했다.

  전주고를 거쳐 55년 서울상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59년부터 64년까지 「한국농업문제 연구회」 간사로 있으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한국국민경제의 독자적 존재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이론의 온상지 역할을 했다. 그는 78년 그의 대표적인 저서 『민족경제론』을 펴낸 이후 90년까지 『한국경제의 구조와 논리』, 『한국 독점자본주의와 민족운동』등 12권의 저서를 내며 한국자본주의가 종속적 발전의 길로 치닫던 시기에 민주화, 자주화를 앞당긴 민족경제론을 체계화 시켰다.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해방 후 독립정부 수립에도 불구하고 청산하지 못한 식민지 잔재와 군사독재 정권하의 자립경제론을 극복하려는 데서 출발했다. 그 이유는 대외종속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왜곡이 산업간·계급간 불균형 발전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박현채는 이러한 산업구조의 파행을 극복하기 위해 민족경제개념이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민족경제 개념에는 역사적으로 주어진 존재로서의 민족경제와 국민경제의 자주, 자립을 보장하는 자율적 생산구조로서의 민족경제가 포함된다. 이렇듯 종속에서 오는 민족모순을 강조했지만 계급모순의 선결없이 민족모순이 해소되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자립적 민족경제의 건설을 변혁운동의 과제로 여기면서도 박현채는 이를 단순한 대외의존성의 탈피만이 아닌 사회구조의 혁명에까지 연결했던 것이다.

  그의 민족경제론은 60년대 한국자본주의가 종속적 발전의 길로 치닫던 시기에 민족의 자주성과 건강한 민중적 삶의 회복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해 70년대 유신독재 시기의 민주화 운동과 80년대 민중운동 속에서 중요한 실천적 가치를 제공했다. 특히 85년 『현대 한국사회의 성격과 발전단계에 관한 연구』를 「창작과 비평」에 기고함으로써 사구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그의 이론은 이론적 완결성과 일관성의 결함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80년대 중반 국가 독점자본주의론을 제기하면서 기존의 민족경제론과 이론적 통합에 나섰으나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렇다하더라도 박현채는 70∼80년대 군사독재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지키고 실천한 양심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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