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과세의 형평과 실용사회를 정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금융실명제는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실명제가 검은 돈을 제거한다는 공적을 내세우지만 금융저축을 감소시키고, 돈이 금융시장을 떠나게 만드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므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려면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본래 목적인 과세 형평과 신용사회의 확립을 추구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준비를 했어야 했다.

  김영삼정부는 1993년 8월12일 대통령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으나 부작용을 줄이는 것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명제의 효과는 적은 반면 부작용은 커서 이를 보완하겠다는 주장이 뒤늦게 나온 것이다. 금융실명제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준비없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신용질서를 확립해 투명한 금융거래를 활성화하고,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축소시키는 것이 실명제를 성공시키는데 필요하다.

  실명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금융기관의 금융거래를 축소시켜야 한다. 금융기관의 신용제공이 개인과 기업의 투명한 실명거래자에게만 금융신용을 제공하는 신용질서를 확립하면 실명제가 정착될 수 있다. 또 실명제가 성공하려면 과세 형평을 위한 조세제도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하여 상대적으로 근로소득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종합과세하려면, 실명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실명제의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세율을 그대로 두고 별안간 종합과세하면 조세저항도 크기 때문에 현실에 부합한 조율구조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를 구입하기만 하면 당장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를 받고 자동차에는 기름을 넣는 준비를 하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강경식부총리가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겠다는 것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위한 보완이라기 보다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이라고 하겠다. 당초에 실명제 부작용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구상한 ‘무기명금융상품’의 개발이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으로 종합과세에서 후퇴해 실명제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은 욕심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실명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금융시장의 신용기능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양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