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번이 93학번이니까 입학한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0년 전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별로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무튼 다시 신입생이 된다면 10년 전 기억을 떠올려봐야겠지. 그런데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치매인가?

  내가 신입생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었던 것 같다. 악기도 사고, 운전도 하고, 운동도 하고, 뜨겁게 연애도 해보고, 아무튼 뭐 그리 하고 싶은 것이 많았었는지… 사실 입학하고 나서 이리 저리 어울려 다니다 보니 해보고 싶었던 일들 대부분은 그냥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들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잘 놀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내가 정말로 아쉬웠던 것은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평생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말이다. 다시 신입생이 되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그 자체를 가기 위해서 공부하고, 대학생활을 하다보면 취업 준비 때문에 바빠지고 그러다 보면 쳇바퀴처럼 인생이 그렇게 반복 또 반복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내 인생을 되돌아 볼 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았는가 생각해 볼 때, 내가 원하는대로 인생을 살았었던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볼 때, 내가 진정 원하던 삶이 무엇이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참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다시 신입생이 된다면 나를 찾는 여행을 꼭 한번 떠나보고 싶다.

  교통편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책 속이든 컴퓨터든 아니면 진짜로 오토바이를 사서 전국 횡단을 하든 1학년 때 모자랐던 공부는 군대 갔다 와서 때우기로 하고 진정 그런 여행을 한번 갔다와야 하겠다. 물론 학교 안에서 떠나는 여행도 좋고 도서관에서 떠나는 여행도 좋다. 사실 그런 여행들이 신입생 때일수록 더욱 빛나 보이는 여행이니까.

  다시 신입생이 된다면? 사실 해보고 싶은 건 뜨거운 연애겠지… 흐흐.

/ 김인수 크라잉넛 멤버·철학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