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왜 공부가 잘 안될까?”라며 걱정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본지가 두차례에 걸쳐 ‘공부 잘하는 방법’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번째로 집중력에 관해 다룬다.

  누구나 다 느끼는 것이지만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력이다.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면 재미도 있고 공부가 잘 되지만 집중이 안되면 공부하기도 싫어지고 지루하다. 상담실에서 학생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공부할 때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어떤 학생은 “저는 지금까지 공부할 때 집중이 제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요즘 들어 집중이 잘 안돼요”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그럼 집중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중이 잘 안되는 원인으로는 크게 외적인 원인과 내적인 원인을 들 수 있다. 외적인 원인으로는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환경을 들 수 있는데 물리적 환경이란 말 그대로 공부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집중이 안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소음, 탁한 공기, 불편한 의자 등을 들 수 있겠다. 외적인 요인으로서 심리적 환경으로는 친구들이 같이 어울리자고 자꾸 꼬셔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강해 집중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집안 사정이 안좋아져서 거기에 신경이 쓰여 일시적으로 집중이 안되는 경우고 있도 있으며 친구와 관계가 안좋아져서 이 문제가 신경이 쓰여 일시적으로 집중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집중이 안되는 경우에는 외적인 요인만 해결되면 집중문제는 해결된다. 즉 환경을 바꾸어 본다거나 친구들에게 앙해를 구하고 공부를 한다거나 그리고 집안 사정이 다시 회복되거나 친구와 관계가 회복되면 집중력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내적인 요인으로 인해 집중이 안될 때는 외적 환경을 아무리 바꾸고 좋게 해 보아도 집중은 안 된다. 집중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내적인 요인으로 인해 집중이 안될 때이다.

심리적 문제는 전문가 도움 얻어야

  내적인 요인으로 인해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두 번째는 심리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지난번에 소개한 학습과 관련된 내가 가지고 있는 욕구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경우다. 세 번째로는 여태까지 공부하는 습관이 안 들어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심리적 문제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경우는 마음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집중이 안 되는 것인데 여기에 심하게는 정신병적 문제로 집중이 안 되는 것에서 가볍게는 신경증적 문제로 집중이 안 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정신병 수준에서 집중이 안 되는 예를 들어 보면 누가 나를 조종하려 한다거나 누가 나를 헤치려고 한다는 등 비현실적인 망상이 들면서 집중이 안되는 경우, 내가 없어질 것 같은 극심한 불안으로 인해 집중이 안 되는 경우 등이 있다. 신경증적 수준에서 집중이 안 되는 경우는 대체로 불안이 심해 집중이 안 될 때가 대부분인데(이때 느끼는 불안은 정신병적 수준에서 느끼는 불안보다는 덜하다), 심리적 문제로 집중이 안 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특히 정신병적 수준에 있는 경우라면 약물치료를 하지 않으면 집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하는데도 상당한 곤란을 겪으므로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하며 신경증 수준이라면 심리상담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으므로 상담을 해 보는 것이 좋다.

마음 속에 화가 있으면 믿을만한 사람에게 토로하라

  내적인 요인의 두 번째로 학습과 관련된 욕구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심리적인 문제는 없으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구의 특성 때문에 집중이 안되는 경우이다. 아래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첫째로 행동형 욕구만 높은 학생들의 예를 들어 보겠다. 이들은 공부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아 공부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까지 공부해 보면서 오랫동안 집중해서 공부해 본 경험이 없다. 벼락치기의 달인들이다. 이들은 진득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오랫동안 집중하려고 무리하기보다는 짧게 짧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만큼 공부하고 쉬고 다시 공부하고 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지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진다.

  둘째로 행동형적 욕구와 이상형적 욕구가 높은 경우이다. 이들은 시험 전날이라도 누가 놀러 가지고 하면 놀러 가버린다. 그렇지 않고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려 해도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책은 눈에 안보이고 노는 장면만 눈에 들어온다. 이런 학생의 경우 대인관계가 좋은 것이 자신이자 장점이지만 공부에 있어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험기간이 다가 오면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절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일시적으로 대인관계를 끊고(정확히는 보류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상형 욕구만 높은 학생의 경우이다. 이들은 대인관계를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하였는데 이 학생들은 마음이 여려서 다른 사람에게서 싫은 소리를 들으면 그게 마음에 사무쳐 집중이 안 된다. 싫은 소리를 들으면 상대에게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고 그때 ‘쟤는 왜 나한테 그 말을 했을까?’생각하다가 공부가 안 되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주로 잡념이 많아 공부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데 이들이 말하는 잡념이란 다른 사람에게 냈어야 될 화가 자기 속으로 들어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화를 풀어내야 집중이 잘되는데 이를 위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기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 좋다. 

  넷째로 탐구형 욕구만 높은 학생의 경우이다. 이들은 대체로 집중력이 좋은데 이들에게 집중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관심이 없는 것을 해야 할 때이다. 이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것에는 아주 집중력을 잘 하지만 관심이 없는 것을 할 때는 집중력이 형편없다. 하기 싫은 것을 할 때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왜 내가 이것을 해야하는지 명분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이 때는 주로 내 목표와 관련해서 논리적으로 명분을 세우고 필요성을 인식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집중이 가능해진다. 

  규범형 욕구가 높은 사람은 시험불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주변의 기대가 높을 경우 특히 시험불안이 심해져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집중력을 높이려면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들, 가령 명상이나 이완법을 사용하여 혹은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느끼는 부담감을 털어놓으면 불안이 덜해져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기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사례마다 각양각색이라 대표적인 것만 소개했다.

  내적인 요인의 마지막으로 여태껏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습관이 되지 않아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특별한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옆에서 누가 공부습관을 들여 줄 기회가 없어 책을 읽지 않다보니 집중이 안 되는 경우이다. 이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화하기 쉬운 책부터 읽기 시작하여 점차 난이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바로 전공책만을 가지고 씨름해서는 소득을 얻기가 어렵다.

  집중이 안 되는 데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왜 안 되는지 내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 심리학에서 말하는 집중력이란?

  우리가 보통 집중을 잘한다고 할 때 그 의미를 살펴보면 익혀야 할 자료를 보고 그 자료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집중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자료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기억이 안 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에서 기억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이론이 있다. 단일 기억구조이론과 처리수준 모형인데 단일 기억구조이론에 의하면 우리 기억은 감각기억→단기기억→장기기억으로 되어 있어서 자료를 이해할 때는 감각기억으로 들어온 자료 중 우리가 필요한 내용을 단기기억에서 이해하는 작업을 한 후 장기기억으로 넘어 간다고 한다. 우리가 보통 집중이 안 된다고 할 때는 단기기억에서 자료를 이해하는 작업할 때 이 과정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을 말한다.

  처리수준 모형에서 우리 기억은 감각기억→단기기억→장기기억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를 얼마나 깊이 처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처리수준을 깊게 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의미있게 구성해야 한다. 집중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자료를 이해할 때 처리 수준을 깊게 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 허재홍(학생생활 상담센터 전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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