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학생들이 매 시험기간 서술형 답안의 압박에 시달리곤 한다. 특히 고등학교의 단답형과 객관식 출제 방식만을 접해온 04학번 학생의 경우 더욱 심할 터이다.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교수님 맘에 들까?',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쓰는게 더욱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에 싸여 있을 새내기들을 위해 교수님들께 직접 여쭤 답안작성 요령을 지면에 정리했다.

  서술형 시험에서 교수님들이 원하는 답은 대체로 ▲자신의 생각이 나타나 있을 것 ▲완전한 글 형식을 띨 것 ▲되도록이면 깨끗이 쓸 것 등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 답안   ‘아무리 시험이라도 책에서 베낀 그대로를 답안으로 제출한다면 학생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교수들의 의견이 상당했다.

  ‘심리학의 이해' 백현정 교수는 여기에 “‘심리학의 이해'처럼 특히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과목은 개념에 대해 책에 나온 이론은 물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사의 이해' 이영철 교수 또한 “적어도 글의 결론에는 자신의 생각이 내포돼야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태 ‘문학의 이해' 강의를 담당하는 김양선 교수는 “의견을 적으랬다고 수업시간에 말한 선생님의 생각을 그대로 적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창조적이거나 비판적인 생각이 답안에 반영될 경우 눈여겨 보게 된다"고 조언했다. ‘글의 형식'을 띤다는 부분에서는 이영철 교수와 김양선 교수가 비슷한 생각이었는데, 이는 하나의 논지를 중심으로 서론, 본론, 결론 혹은 기, 승, 전, 결을 따져 완전한 글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또 문장 하나하나의 어투를 ~음, ~임 등 서술답안에 부적절한 형태이면 곤란하다. 적잖은 학생들이 간결하게만 쓰려는 습관이 돼서인지 서술형 시험인데도 지나치게 말을 줄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냉정한 감점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모든 선생님이 입을 모아 말하는 ‘싫은 답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과연 읽기 싫게 만드는, 바로 성의 없이 쓴 답안. “글씨를 잘 쓸수록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실망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과목별로 살펴보자. ‘한국사의 이해'는 각 분반당 1백명을 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이고 상대평가여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일이 여간 해서 쉽지 않다. ‘한국사의 이해' 이영철 교수는 “서론, 본론, 결론 중 가장 내용이 많을 본론에 교과서의 내용은 물론 학계의 일반적인 관점 등이 적절히 설명되어 있다면 더욱 좋은 답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글의 매끄러운 흐름과 주술호응도 신경써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생활한문'의 허준구 교수는 까다로운 서술문제를 출제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문제에 한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는 문제를 내곤 한다. 이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기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고. 하지만 허교수는 “이해는 각자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할 것"을 권유했다. 또 1학년 학생들이 대거 수강하는 ‘법학개론'을 담당하는 강병근 교수는 비록 서술형 문제보다는 단답형을 출제하고 있지만 “나 뿐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이 시험이 가까워지면 수업중 은연중에 시험문제를 강조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를 눈여겨 두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기술을 슬쩍 흘리기도 했다.

/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