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을 지나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다. 인생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에 있다. 이번 ‘성년의 날’을 맞아서 ‘성년의 날’을 축하 받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이미 성년을 축하 받았고 이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성년의 날'을 축하해 주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년이 되었을 때 우리들의 성년을 더욱 빛내주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런 일들 중 하나가 이성에 대한 사랑이다. 물론 인간은 여러 가지를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선 우리들은 자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주위의 많은 것을 사랑한다. 그러나 이런 사랑들은 이성의 사랑과는 그 강도에 있어서나 느낌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여태까지 우리가 사랑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물론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게 하지만 때로는 사랑의 슬픔, 아니 고통을 동시에 안겨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어떻게 어느 특정인을 사랑하게 되고 또 주위에서 모두 반대를 하더라도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걸까?

  물론 이성에 대한 사랑의 기본은 여느 생물과 마찬가지로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시작한다. 무릇, 생물은 특히 동물들은 배우자의 선택 기준으로 ‘가장 강하고 힘센 이성’을 꼽는다. 이런 강하고 힘센 배우자를 선택함으로써 강하고 튼튼한 후손을 낳으려고 한다. 이런 종족번식의 본능은 우리 인간들에게도 있다. 그래서 인간이 이성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는 부위는 여성은 남성의 신체를, 남성은 여성의 가슴을 보게 된다고 한다. 즉 튼튼한 후손을 낳을 수 있는 배우자인가를 나도 모르게 살피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인간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동물들의 본능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인간에게는 본능이외에도 정신세계가 존재한다. 이 정신세계가 배우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부터 인간이 한 사람의 특정한 이성에게 빠지게 되는 정신세계를 알아보자. 우리들은 흔히 첫사랑을 말할 때 사춘기에 동경하던 이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첫사랑을 아주 어린 시절에, 그래서 지금은 기억에도 없는 그런 나이에 경험한다. 물론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쓰라린 상처만을 남긴 사랑이다. 첫사랑은 우리의 이성인 ‘부모’이다. 5∼6세 때, 인간은 이성의 부모에게 열렬한 사랑을 느낀다. 그러면서 동성의 부모에게 지독한 질투심을 느낀다. 동성의 부모가 없어지고 자신이 이성의 부모를 차지하고 싶은 갈망이 우리들을 애태운다. 그러나 현실은 얼마나 냉엄한가? 동성의 부모를 처치하고 이성의 부모를 내 차지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타협안이 나올 수밖에.

  그 후 우리가 모색하는 것은 도대체 이성의 부모의 어떤 점이 동성의 부모를 사로잡았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이성의 부모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동성의 부모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이를 프로이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하였고 우리 조상들은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실패한 첫사랑의 아픔은 우리들의 마음 깊숙이 숨어 있다가 어떤 이성을 만났을 때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첫눈에 반했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런 대상이야말로 자신의 과거의 어느 누구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어딘가 익숙하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대상에 대해서 더 많은 흥미와 친숙감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쉽게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야말로 눈에 콩깎지가 씐다.

  그럼 무엇이 이 콩깎지를 씌우는가? 사랑에 빠지면 뇌에서 ‘페닐싸이클리딘’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원래 이 물질을 복용하면 환각에 빠지고 또 망상이 생기고 습관성이 생기는 무서운 마약이다. 그러니 이 물질이 분비되면 그 물질을 분비하게 만든 사람에 대해서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니 그 삶이 어떻게 해도 예뻐보일 수밖엡 그러면서 우리들의 성호르몬은 우리들의 이성에 관한 관심을 더욱 증진시킨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생물학적으로만 본다면 이 페닐싸이클리딘이라는 물질은 한 대상에 대해서 분비되는 기간이 2년이라고 한다. 그러니 2년이 지난 뒤에는 쉽게 권태에 빠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이란 생물학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이런 물질의 도움이 없더라도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하여 지속될 수 있다.

/ 이근덕(「이근덕 신경정신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