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학보에서는 2004년 가을 학기 특별 기획으로 ‘경쟁력 있는 글쓰기’란 주제를 마련했다. 얼짱과 어학실력 못지않게 글쓰기도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란 이유에서다. 이에 언론정보학부심훈 교수께서 글쓰기 비법을 다섯 차례에 걸쳐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그래요. 나 거짓말 했어요. 그쪽도 거짓말 한거 같아서요. 내가 앞에 있는게 싫다는게 거짓말 같아서요." - 파리의 연인 中 ‘강태영’ 대사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의 속도도 빨라지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말과 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소설의 경우, 한 미국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백년전 과거의 영미 소설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문장이 길었다고 한다. 말과 글이 길면 호흡도 늘어지고 리듬도 쳐지게 마련이다. 시간이 금인 현대에서는 결단코 통용되지 않는 낭만의 추억인 셈이다.

  ▲ 이문열의 성공비결

이야기가 다소 길어졌다.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짧은 글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 수필, 소설 등의 문학 장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념적 성향을 제쳐두고서라도 필자가 존경해 마지 않는 소설가 이문열은 대단한 흡입력의 필력을 자랑한다. 한번 그의 책을 펼치면 좀처럼 손을 떼기 어렵다. 한 페이지에 글자 몇 개 없는 싸구려 무협지도 아닌데, 도무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비결은 바로 짧은 문장에 있다. 물론 아이디어도 좋고 상황 묘사도 생생하다. 그렇지만, 좀처럼 늘어지지 않는 문장이 눈을 떼지 못하게 붙들어 놓는다.

  ▲ 짧은 글이 잘 팔리는 세상  

왜 짧은 글이 빠르고 재미있게 읽힐까? 아마 모르긴 해도 문장에 담긴 정보량이 적어 뇌에서 이를 해독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일게다. 그렇다면, 60억 인구가 득실대는 이 지구에서 여러분들의 글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택해야 하는 길은 자명하다. 길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분량에는 정답이 없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닌 단단익선(短短益善)이라고나 할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행도 바뀌게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21세기에서는 짧은 글발이 먹힌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SBS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나오는 숱한 유행어들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 신문 접하는 습관 길러야  

짧은 것으로 따지자면, 언론사 글도 여타 장르의 글에 못지않게 짧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바쁜 현대인들이 오래 눈길을 줄 시간이 없는 것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대상은 특정 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이니 더욱 쉽게 써야 함은 물론이다. 짧고 쉽게 쓰라니…. 더 이상의 어려움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사 가운데에서도 인쇄매체에서 짧은 순서를 다시 따지자면 아무래도 월간지 주간지, 일간지의 순서일게다. 한달에 한번 발행되는 월간지는 책도 두껍고 내용도 많다. 한 기사에 대한 지면도 충분하다. 자연히 글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은 주간지를 거쳐 일간지로 가면 극도로 제한된다. 따라서 쉽게 읽히는 글, 짤막하고 힘있는 글을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평소 신문을 가까이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금상첨화로 한번쯤 본교의 언론관련 학과에서 개설하고 있는 실습 과목을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
 
 ▲ 축구와 글쓰기는 닮은 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짧은 글을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글을 지배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글을 지배한다고? 축구에서 이기기 위해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짧은 패스가 관건이다. 그것도 흐름이 끊기지 않게. 전형적인 낙승 공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축구에서의 ‘흐름'은 글에서 자연스러움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게 해보면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짧게 쓰는 것도 어려운데 자연스럽게까지 쓰라니. 때문에 무슨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무슨 이야기가 다음에 이어지는 구도를 내 손안에 장악해야 비로소 간결하고 힘있는 문장이 탄생한다. 그렇다면, ‘파리의 연인'에서 나왔던 위의 유행어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자. 비록 짧은 언어 유희에 불과하지만 처음보다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모처럼, 마음먹고 짧게 글을 써봤다. 그 효과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 심훈 교수(언론정보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