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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기자재 활용한 시청각 강의로 학생들 호평
이번 학기부터 한림학보에서는 전국 각 대학에서 우수의 명강의와 이색 강의 시리즈를 마련하기로 했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교육환경 속에 각 대학의 대표적인 얼굴까지 브랜드화하고 있는 이들, 명강의. 이색 강의들이 한림대에서 한 두 개 쯤은 나와야 하지 않는가 하는
소박한 바램에서다. 학문적인 성과도 좋고, 우수한 교원확보도 중요하지만 누구보다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이 보다많은 혜택을 바라는 마음에서 본
시리즈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일백인치 대형 스크린, 서라운드 스피커
한 개 분반에 학부생, 70% 수강
비디오 카메라 등 10여개
기자재 동원
100인치가 넘는 대형스크린. 미국 최고의 신혼 여행지로 손꼽히는 라스베거스의 ‘벨라지오’ 호텔이 전경을 드러내고, 곧 이어
앞마당에 위치한 분수에서 세계적인 ‘워터 쇼’가 시작된다. 수 십개의 물기둥이 음악에 맞춰 솟아 오르고 내리기를 수백 차례. 그 위에 형형
색색의 조명까지 어우러지면 관객들은 어느새 탄성을 자아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대를 둘러싼 10 여개의 서라운드 스피커를 통한 물소리와 음악
소리는 웅장하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웬만한 영화관을 빰치는 수준의 영상, 음향 기기로 무장한 이 곳은 바로 경북대 공대의 한 강의실.
1970년대 초반부터 평생을 전자 전기 공학과 씨름한 이건일 교수 (63)의 ‘비디오 공학’ 수업 풍경이다.
수업 첫 시간에 소개되는 ‘워터 쇼’ 영상의 촬영에서부터 음향,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재가 이 교수의 손을 직접 거쳐
탄생한다. 이런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 전자전기 컴퓨터학부의 전공선택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마다 몰려드는 학생수는 3백
50여명에 이른다. 학부측도 넘쳐 나는 수강인원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과목을 3개반으로 나누었다. 전자 전기 컴퓨터 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수가
5백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컴퓨터학부 학생 가운데 무려 70%가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이건일 교수는 학부에서의 다른 전공
과목 개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독특한 이 교수의 ‘비디오 공학’ 수업은 어떻게 해서 탄생됐을까? “공학
특성상 자칫 지루해 지기 쉬운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바꿔주기 위해 비디오 공학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
교수는 가급적 현장에서 기기를 분해하고 이 과정을 직접 비디오카메라로 비춰주거나, 비디오의 기능들이 어떤 식으로 촬영에 활용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수업시간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업 시간 중에 쓰이는 기자재만도 비디오 카메라와 실물화상기 등을 포함해 10여 가지에 이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 TV 브라운관을 직접 강의실에 가져 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촬영 기법과 관련한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관련 화면을 촬영해 수업
시간에 보여주기도 한다. 카메라 부품을 설명할 땐 직접 카메라를 분해하고 이 장면을 촬영함으로써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식이다. 비디오 시스템을 이용해 비디오공학 수업에 활용하니 일석 이조의 효과요, 궁합도 찰떡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때문에 이
같은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이 교수의 사전 작업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최소한 5시간 정도를 투자함은 물론, 비디오와
관련된 신기술, 신제품 정보 수집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이미 1970년부터 수업에 차트와, 슬라이드, 프로젝터 같은 기기들을 사용했을 정도이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교수의 ‘비디오 공학’ 과목은 사실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는 ‘무선 공학’
이란 이름으로 개설했다가 80년대에는 ‘텔레비전 공학’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최근 들어 DVD가 보편화되면서 ‘비디오 공학’이라는 타이틀로
과목 이름을 다시 고쳤다. 이제 정년퇴임이 2년 남짓한 이건일 교수.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수업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경북대의 한 강의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이지숙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