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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내 그리움은 손가락에 있다양승준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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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7.03  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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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리움은 손가락에 있다

 

- 양승준

 

내가 너를 만지고 싶은 것은
다만 러브 이즈
터치이어서가 아니라
너를 향한 그리움의 촉수가
온몸 가득 터질 듯 흘러내리다
마침내 양손 끝에
뾰족하니 고여 있기 때문이다
아, 유성의 눈부신 추락을 보며
너를 꿈꾸었던 많은 밤들아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은
네 몸 구석구석 숨어 있는
달콤한 사랑의 꽃향기를
이 열 손가락마다
흠뻑 묻혀 오고 싶기 때문이다

 

  저런 사람이 시인이구나, 했다. 그닥 선생님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시인은 뭔가 특별했다. 검은 피부에 고양이 눈을 번쩍이던, 머리를 길러 애써 그 눈빛을 가리고 다니던 사람. 기름진 머리를 가운뎃손가락으로 걸어 넘기던 시인은 그 손으로 종종 우리들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인의 중지에 흐르던 기름에 움찔움찔 놀라곤 했지만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난 시인의 문학 시간이 지루했다. 미사 시간의 신부님처럼 낮은 ‘도’ 음만을 내뱉는 시인의 저음을 피해 내 시선은 창밖에 던져져 있었다. 더구나 시분석이라니, 창가에서 흔들리는 아카시아 잎이 몇 배는 흥미로웠다. 그래도 문학 시간이 반짝반짝 좋았던 건, 시인이 자신의 시를 종종 읽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검은 얼굴에 달린 오종종한 입에서 나오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던, 그 아찔한 시어들. 한때 잠깐 소설대신 시를 써볼까 유혹될 정도로 사춘기의 나에게 시인의 시는 중독이었다. 당시 내가 ‘서걱’이란 단어를 즐겨 썼던 것도 시인의 표현을 베껴 썼기 때문이었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는 역시나 사랑에 관한 시들이었다. 5.18광주민주화항쟁 당시 공수 부대원이었던 시인은 종종 무거운 내용의 시를 읽어주기도 했지만 역시 좋았던 건, 사랑의 연시들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격양된 목소리로 손을 저어가며 읊어주던 그 사랑의 단어들. 아, 그 시들. 어른이 되면 날 몰아칠 사랑의 열병을 짐작하게 했던 그 시들이 내 노트에 수업내용 대신 적히곤 했었다. 그해 가을, ‘시와 시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고무되었던 시인은 더 많은 사랑의 연시들을 읽어주었고, 나는 학교 뒤 전나무 숲에서 혼자 그 시들을 소리 내어 읽고는 했었다. 사랑의 열병을 앓듯 홀로 내 가슴을 안고서는 꿀럭꿀럭 토해내던 내 하얀 젊음들.

  벌써 10년이 지나 시인은 3권의 시집을 낸 중견시인이 되어 있다. 시인은 나란 학생을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난 역시나 사랑의 시를 생각하면 양승준 시인의 시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시 제목처럼 이 봄에 내 손가락엔 그리움이 한 가득이다.              

/ 이현준 (소설갇現 철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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