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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문화는 거의 전세계적으로 일종의 ‘과잉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과잉현상’속에서 문화는 상품화가 가능한 또
하나의 자본시장으로 등장했다. 이 시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공간이 대학이다. 이에 문화부에서는 대학문화 속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대학의 대항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① 총론
② 자본의 대학문화 침투
③ 대학문화의 역할과 나아갈 길
대학, 대항적 하위문화를 주도할 잠재력을 지닌 집단
문화는 집단정체성의 구성체이자 집단들간 투쟁의 장이다. 흔히 이데올로기라고 불리는 것은 각 집단 문화의 정수 혹은 정신이다.
따라서 자본의 문화 침투는 단순히 자본이 자신의 가치증식을 도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광대한 영역을 발견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자본의 문화 침투는 또한 자본의 논리에 복속된 주체들, 즉 대중을 형성하는 문화, 대중문화를 낳는다. 물론 문화는 대중문화의
전일적 장이 아니다. 대중문화는 자본의 문화 침투가 진전되면서 비교적 후발주자로 문화의 장에 진입했다. 그 문화의 장에는 이미 지배문화와
하위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배문화는 교육기구 등을 도구로 시민, 민족, 국민, 하느님의 동등한 자녀 등의 보편 공동체적 정체성을 호명하면서 지배계급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보편적인 것으로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하위문화는 지배계급이나 노동계급 등의 각 사회집단들의 정체성 내지는 삶의
방식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고 구성한다. 상품화된 문화로서의 대중문화는 바로 이들 지배문화 및 하위문화를 경쟁과 포섭의 대상으로 갖고 있다.
최근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의 증폭은 문화의 장이 대중문화에 의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의 증폭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배문화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결코 불만스러운 사태가 아니다. 베네통의 광고 따위에서 보듯 가끔 대중문화는 지배문화에 의해 호명된
정체성을 교란시키는 괘씸한 실력행사도 마다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 저항적인 하위문화들을 지배문화보다 훨씬 유연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포섭함으로써 지배적인 사회질서를 더 ‘스무드하게’유지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 이르러서 자본은 하위문화들을 새로운 문화상품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이미 90년대 한국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대항문화로서의 대학문화의 파산과 노동계급의 시민권 미확보라는 지형 위에 유독 대중문화의 약진만이 두드러져 보인다. 자본측에
있지 않은 어떤 사회집단들도 응집력 있는 나름의 하위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을 제외한 어떤 사회운동들도 전혀 하위문화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일부 명망가들 중심의 고립된 활동에 머물고 있다. 매니아라는, 새로운 종류의 꽤나 개성적으로 보이는 문화향수층이 등장하고 있지만
후기 자본주의에 와서 개성은 더 이상 반자본주의적이지 않다. 그것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상응하는, 얼마든지 타겟 마케팅이 가능한 새로운 소비자
집단의 탄생을 의미할 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는 반면 원칙적인 답은 단순하다. 한마디로 집단적인 차원에서는 새로운 대항적
하위문화들을 일구어내고 자본주의 문화제도를 구성하는 각각의 영역에서는 급진적 저항의 지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분명한 것은 대학과
노동계급 말고는 대항적 하위문화를 형성할 잠재력이 있는 집단이 없다. 대학생 집단은 80년대까지의 직접적인 정치영역 개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자신들만의 과제, 즉 비판적 학술문화의 수평적 구성에 노력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최대한 국가기구의 수준에서 이탈시켜 바람직한
사회체제를 실험하고 토론하기 위한 열린 무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노동계급은 힘센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고 자본의 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의식을 지닌 보편적 계급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노동계급이 국가 및 자본가의 파트너가 될 정도로 당당한 세력이 되는 것은 결코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그 과정은 도야된
인격의 형성, 특히 노동계급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내면화된 지배 이데올로기의 기제로 작용하는 대중문화의 베일을 벗겨내는 일과 불가분의 연관을
갖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동운동에서 문화관련 실천이나 조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년대보다도 줄어든 느낌이다. 제도권 내의 개개
지점에서 대안적인 문화적 실천을 보이는 것은 이미 사례가 있다. ‘한겨레 신문’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그 최초의 사례의 공과를 따져보는 것을
통해 많은 교훈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강제하고 아예 국민주 형태의 방송국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예가 된다. 물론
자본의 문화에 대항하는 이 모든 개별적 노력들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 각각의 성공이 자본주의에 대한 총체적 도전으로 결집되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큰 희망이 없이도 해야되는 일들이 있고 자본의 추한 얼굴을 대면하고 사는데 진력이 난다면 그것들이 바로 우리가 해야될
일들이다.
/ 정성철(현실문화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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