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이다. 여름의 한 켠에서 시나브르 고개를 내미는 가을과 함께 수강신청, 동아리 모임, 과친구들과의 한층 성숙된 만남등으로 분주한 한 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과 더불어 학내의 각종 자치기구들은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다.

  1학기에서 인식부족으로 인해 2학기로 이전된 회칙관련 학생총회, 회장단의 공백으로 재선거와 간부중심의 운영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대의원회와 의대학생회, 재선거로 출발이 늦어진 민주졸업준비위원회 그리고 개강직전 신촌 연세대에서 있었던 학생과 경찰의 전쟁을 방불케하는 마찰의 파장으로 빚어지고 있는 정부와 교육부 방침에 대한 대응등으로 각 자치기구들은 어느때 없는 분주한 개강 첫주를 보내게 될 것이다.

  연대사건 관련 정부와 교육부의 잇따른 발표는 학생 자치기구의 운영을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는 한층 더한 여유로 위기가 아닌 기회로 기억될 수 있는 96년 2학기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선 자리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선 자치기구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학우들은 그동안 각종 일상사업이나 정치사업들이 편향되거나 자기위안으로 끝나는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학생자치기구의 고립에 어떤 피드백을 계획하고 실행했는지에 대한 착실한 자기반성을 통해 90년대 후반의 학생회상을 하나 하나 정립해 나가는, 그래서 학원 사회로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는 방도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치기구 운영을 목도하고 있는 학우들도 이전 학생회로 인한 무관심과 불신을 해소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관성적인 모습과 매끄럽지 못한 사업운영에 대해서 애정어린 비판을 할 때이라 생각된다.

  사회민주화의 학원적 형태라는 위상을 가지고 정치투쟁에 비중을 크게 두었던 80년 학생자치기구의 정서적 토대와는 달리 다양한 지향들이 제기되었음에도 90년대 초반의 자치기구들은 학우들의 이해에 충분히 착목하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사회적, 정치적 사안에 충분히 귀기울이고 신속히 대처하면서도 학생회가 갖는 조합적인 성격을 외면하지 않고 적당히 조율해 가는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시원한 비로 마감되는 여름과 함께, 자치기구와 학우들 사이의 짜증스런 상호불신의 목소리들이 사라지고 시원하고 활기찬 분위기의 한림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