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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 “과감하게 잘라라”중언부언하는 글은 제거 대상 1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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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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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안방 드라마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미니시리즈’는 197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실시되던 시청률 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ABC사가 그 해 1월, 야심차게 내놓은 10부작 ‘뿌리’가 효시(嚆矢)*였던 셈. 원작 소설의 저자, 알렉스 헤일리의 6대 선조로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노예 사냥꾼들에 의해 납치돼 미국에 팔려간 주인공 ‘쿤타 킨테’의 역경을 다룬 ‘뿌리’는 남북 전쟁과 대공황 등을 거치며 300여년간 파란만장한 삶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미국 흑인들의 이민사를 다룬 대하 드라마였다. 주인공이 노예 상인에게 잡혀가던 장면에서부터, 숱한 사연 속에 마침내 그 후손들이 미국 시민으로 인정 받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미 안방에 무수한 안타까움과 감동을 배달했던 ‘뿌리’는 그 해 한국에도 수입돼 한국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중장년층에 주인공 ‘쿤타 킨테’의 이름을 강렬하게 남기기도 했던 ‘뿌리’는 결국, 그 해 각종 TV상을 휩쓸며, ABC사에게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청률 1위라는 영예를 안겨 주기도 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던 ‘미니시리즈’는 이후, 시청자들을 TV 앞에 잡아 앉히는 흡입력을 인정 받아 세계 각국에서 앞 다투어 그 제작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1987년 최인호 원작의 ‘불꽃’을 시작으로 ‘모래시계,’ ‘질투’ 등을 거쳐 ‘파리의 연인’ ‘다모’ 등에 이르기까지 불멸의 흥행작들을 줄줄이 선 보였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니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하나의 트랜드로 확고히 자리하게 된 이면에는 당연한 이유가 있었다.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의 전매 특허였던 지루한 전개, 늘어지는 구성, 해를 넘기는 방영에 식상할 대로 식상한 시청자들은 탄탄한 이야기와 빠른 전개, 극적 구성 앞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3~4부면 정리되는 유년기와 학창시절, 짧지만 굵게 전개되는 사랑과 우정, 극적으로 마무리되는 배신과 성공의 이야기는 방영 기간 내내 시청자들을 술집 대신 안방으로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상적인 글쓰기 역시 미끈하고 군살 없는 전개와 탄탄한 구성을 필요 조건으로 한다. 쓸데없는 말,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주절주절 나열하기보다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독자들의 식상함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상적인 서두와 함께, 군더더기 없는 글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사정없이 칼날을 휘둘러야만 한다. ‘어떻게 해서 짜낸 생각인데,’ ‘얼마나 붙들어서 얻은 글귀인데’ 하는 따위의 나약한 생각은 버려라. 보다 중요한 사실은 ‘미니시리즈’의 경우처럼, ‘누가 과연 유년기의 지루한 장면에 관심이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널리 읽히는 글, 술술 넘어가는 글은 감독 자신의 세계를 고집하며 타인들은 지루해 하는 장면을 내보내는 예술 영화보다 관객의 기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긴박감 넘치는 장면만을 내보내는 오락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무라이’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거칠고 자기 자신에게는 누구보다도 엄격한, 그러면서 종국에는 할복* 까지도 두려야 하지 않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하라는 의미에서.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의 저자,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글쓰기를 빙산으로 곧 잘 비유하곤 한다. 결국, 인쇄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속하고 나머지는 방황과 일탈, 새로 쓰기와 교열, 고쳐 쓰기와 삭제를 통해 휴지통에 들어간 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자른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자른다는 것을 의미할까? 다음 시간에는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예를 들어가며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효시(嚆矢):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시작되어 나온 맨 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화살에 가늘고 길면서 속은 빈 통을 매달아 공중에 날리면 공명 현상으로 화살이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 데서 유래 된 말. 음과 훈은 울릴 ‘효,, 화살 ‘시’로 속이 빈 살을 뜻함.
읍참마속(泣斬馬謖):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고사성어. 제갈공명이 가장 아끼던 부하 마속이 군령을 어기는 바람에 전쟁에서 대패하자, 제갈공명이 울며 마속의 목을 벤 대서 유래. 음과 훈은 울 ‘읍,’ 벨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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