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들을 제거 대상으로 꼽아야 할까?

일단, 조금이라도 지루해지거나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문장과 문단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구조조정 1순위로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소개한 이야기를 살짝 틀어서 한번 더 반복하거나 비슷한 예를 한 두 개가 아닌 세 개, 네 개 이상으로 늘려가는 행위는 마땅히 독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하품을 유발하는 죄는 참형에 처해야 하는 중죄이므로.

두 번째로, 누구나 아는 사실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에 대한 원인 분석 또는 해법에 대한 ‘자신만’의 글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고 가정해 보자.

A
연 초, 한국은행에서는 올해의 경제 성장률을 5%대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작년의 경제 성장률이 6%대에 이르렀다는 것을 토대로, 올해의 경제 환경이 지난 해보다는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제 아래 산출됐던 수치이다. 그러나, 원화 절상이 생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유가 상승폭 역시 예상치를 훨씬 웃돌면서 최근 들어 이곳 저곳에서 부정적인 답변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삼성 경제 연구소에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올해의 경제 성장률을 3% 내외로 발표 한 바 있으며, LG 경제 연구소의 경우 성장률이 4% 안팎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평가 받던 중국의 경기가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경제 성장에 대해 정부의 전망은 여전히 장미빛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왜 정부에서는 이처럼 무지개 빛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사실, 정부의 낙관론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경고는 숱하게 여러 경로를 통해 울려왔다. 그러나, 정부의 경직된 의사 소통 구조는 그 같은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막는 방음벽 역할을 해 왔다.

라고 썼다고 하자. 물론, 위의 글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그 수준이 B+정도에 해당할 뿐, A0나 A+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돌이켜보면, 위의 문제는 누구나 다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세세한 수치나 연구기관의 발표 등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할 뿐, 글을 통해 독자들이 전반적으로 얻는 뉴스는 별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황한 서두 속에 글이 중도에서 끊기는 순간까지도 독자들은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채기 힘들다. 따라서, ‘일일연속극’이 아닌 ‘미니시리즈’를 지향하는 인상적인 글쓰기는 대개 다음과 같이 과감하게 시작하게 마련이다.

B
결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예측이 또 장미빛으로 끝날 모양이다. 그토록 5% 달성이 문제없다고 강변했지만,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응답들만 거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출, 환율, 유가 및 물가 상승 등 모든 면에서 결코 우호적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의 낙관론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경고는 숱하게 여러 경로를 통해 울려왔다. 그러나, 정부의 경직된 의사 소통 구조는 그 같은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막는 방음벽 역할을 해 왔다.

문제는 글을 좀 쓴다는 사람들도 A와 같은 틀의 작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신문의 논단, 시론, 비평 및 칼럼 들을 살펴 보면 A와 같은 부류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필자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도 신문에 등장하는 논평, 기고 칼럼을 무작정 따라 쓰지 말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써왔던 숱한 글들의 서두는 대부분 중언부언과 재탕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같은 도돌이표 글쓰기를 시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분량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스스로 그 같은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사무라이와 같은 과감함으로 타다 남은 비계 덩어리들을 날려버리는 순간, 자신의 글쓰기는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물론, 쳐낸 만큼의 분량을 보충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만큼의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생각을 가다듬으며 자료를 뒤적거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영양가 없는 부분을 자르고 난 다음의 이야기일 뿐, 먼저 해야 할 일은 결국,

“과감하게 잘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