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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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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9.13  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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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유형진

식탁 위에 싹 자란 감자 하나. 옆에는 오래전 흘린알 수 없는 국물 눈물처럼 말라 있다 멍든 무릎 같은 감자는 가장 얽은 눈에서부터 싹이 자란다 싹은 보라색 뿔이 되어 빈방에 상처를 낸다

어느날 내 머릿속 얽은 눈이 저렇게 싹을 틔운다면?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보자기는 가위를 가위는 바위를 바위는 보자기를 이기지 못하지 숨바꼭질 술래를 정하면서 아이들은 삶의 부조리를 배운다 무궁화 꽃이 피어도 술래는 움직이지 못한다 얼마나 오래된 것들을 저장해야 저렇게 동그래질까? 추억은 때로 독이 되어서요리할 때는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 싹이 틀 때 감자는 얼마나 아플까 감자에 싹이나서 잎이 나서,

 

싹이 난 감자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잘 도려내지 않으면, 가정시험 단골 문제였던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품어내는 화학반응의 위력을 실감하는데, 도려낸다 해도 그 독성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그 경계를 알 수는 없다. 감자의 싹을 틔우지 않게하기 위해선, 일단 햇빛을 경계하면 된다.

묵찌빠 놀이를 기억하는가. 보자기는 가위를 이기지 못하고, 주먹은 보자기를 이기지 못하지만 가위는 주먹을 이기지 못하는 그들의 이상한 관계들을 놓고, 사람들은 순서를 정하며 이상한 게임을 즐긴다. 그래도 그 어떤 누구도 그 부조리한 관계에 토를 달 수 없다.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너무 알려고 하지 말아라, 다친다.

시인의 슬픔의 싹이 느껴지는가. 마음에 상처를 내는 추억은 시인에게는 가위 바위 보의 부조리한 질서처럼 반드시 잘라낼 수 없기에 반드시 잘라내야 하는 독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이고, 상처이기에 싹을 밀고 올라오는 감자의 아픔까지 읽어 내릴 수 있는 것일까. 감자처럼 희그무레한 순수한 시절의 사랑의 상처는 아닐까. 자꾸 슬프게 웅얼거려진다.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이인자(국어국문 93학번 , 유웨이중앙교육 홍보팀 과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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