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래서,’ ‘그러나’를 줄이는 게 요령

  187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엔진 오일은 자동차의 내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준 세기의 발명품이었다. 당시, 피스톤의 왕복운동에서 야기되는 고온, 고압의 마찰열은 엔진의 핵심 부품이었던 실린더의 벽을 쉽게 마모시킴으로써, 자동차의 수명을 갉아 먹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어렵사리 개발된 윤활유는 이와 같은 결점들을 단숨에 해결하며 말과의 경쟁에서 자동차가 한 발 앞서 나가게 되는 획기적인 장을 마련하였다.

  마찬가지로, 글에서도 내구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윤활유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자동차에서의 수명 연장에 해당하는 글쓰기의 내구력은 글맛에 대한 독자들의 ‘인상’이라고나 할까? 해서, 자칫 뻑뻑하게 전개되기 쉬운 글에 매끄럽게 기름칠을 가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매끄럽고 좋은 글이다’라는 인상을 오랫동안 남겨주기 위한 필수 작업에 속한다. 그렇게 본다면, ‘연결어’라는 별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접속사’는 기름칠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윤활유인 셈이고. 사실, 정확하게 따져볼 때, 접속 부사에 속하는 연결어는 영미권과 일본에서는 접속사라는 이름의 독립 품사로 극진하게 대접받고 있다.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국내 국어학계에도 일부를 중심으로 접속 부사를 독립 품사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중요한 접속부사를 다루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과 바늘을 이용해 여러 옷감들을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바느질처럼, 적절한 접속부사를 사용함으로써 여러 문장들을 이어 하나의 옹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매우 흡사하다. 예를 들어, 옷감들을 누빌 때 실과 바늘에 대한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바느질을 할 수 없듯이, 접속부사를 고르고 배치하는데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요령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붉은 계열의 옷감들을 누비고 마름질할 때는 가급적 붉은 색깔의 실을 사용해야 옷 맵시가 살아나는 바느질 상식이 그와 같은 경우에 속한다. 그렇다고, 실이 무조건 붉기만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붉은 계통의 실에도 빨간 것, 새빨간 것, 시뻘건 것, 검붉은 것, 불그스름한 것 등 각양각색에 굵기 또한 제각각인 실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옷감의 색깔과 재질 등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실을 골라야 함은 당연지사일 터. 해서, 바느질의 색깔에 해당하는 접속부사 사용 요령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우선, 가급적, ‘그’ 계열의 접속 부사를 피하라는 것이다. 말이 어려워 ‘그’ 계열이지, 쉽게 말하면,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그러니까’ 등과 같이 ‘그’로 시작하는 접속부사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그’ 계열의 접속부사는 연결어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부사군(群)에 속한다. 우리말의 접속 부사를 모두 131개로 나눠 분류하고 있는 임유종과 박동호, 홍재성 등에 따르면, 연결어 가운데 ‘그’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개로 무려 61.7%에 속하니, 그야말로 성씨(姓氏)로 따지면 김(金), 이(李), 박(朴)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그’ 계열의 접속 부사를 피해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따위의 ‘그’ 계열 부사들은 초등학교용 글짓기에 유용할 할 뿐, 보다 차원 높은 글쓰기를 요구하는 중, 고등학교용 접속부사로는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해서, ‘그’ 계열의 1차원적 접속 부사가 얼마나 많이 사용 됐는가만 훑어보아도 해당 글을 작성한 글쓴이의 수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들어 보고서나 서평, 논문 속에서 1차원적 접속 부사가 급증하고 있는 사실은 결코 새삼스러울 것이 못 된다.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한 퍼오기와 짜집기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대충대충 구해온 옷감들을 서둘러 바느질함에 있어 실에 대한 배려는 뒷전일 수 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빨리 쓰기는 해야겠고, 퍼오는 것은 순간이니, 이들을 엮는 작업은 ‘그’ 계열의 1차원적 부사들로 후다닥 해치우면 과제는 끝.

  그렇다면, 글쟁이들은 문장 연결에 있어 어떤 종류의 고차원적 접속부사들을 사용하고 있을까? 다음 시간에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옹글: 옹골차게 쓰여진 글. ‘옹골차다’라는 말은 단단하고 야무지다는 뜻의 순수 국어다. 이동기,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서 처음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