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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 입장 정리 → 한 줄 제목 → 대본 작성글 쓰는 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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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없는 영화는 없다. 대본 없는 드라마도 없다. 그렇다면, 구성 없는 글은? 역시 없다. 물론, 좋은 글의 경우에 한한 얘기다.
1980년대, 본격적인 개발 붐 속에 미국 유학파들이 그림 그리듯 설계해 창조한 지역이 서울의 ‘강남’이었다. 반대로,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주먹 구구식으로 확장된 난개발의 전형은 ‘강북’이었다. 같은 서울이지만 땅값에서부터 교육 수준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인 출발점은 도시 계획이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결국, 계획과 설계가 해당 글의 수준을 ‘글짱’과 ‘글꽝’으로 갈라 놓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글은 이미 주제에 대한 메시지가 글쓴이의 머리 속에 확실히 결정돼 있다. 굳이 영화로 말하자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이 이미 확고히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복수’ 시리즈에 남달리 천착하는 박찬욱 감독은 이런 점에서 자신의 주제에 대한 남다른 확신과 이에 대한 정확한 구현으로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글 쓰는 작업 이전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바로 해당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길이다. 여럿에게 보다 실용적인 보기를 제시하고자 다음과 같이 다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네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만일, 아래와 같은 주제로 논술하거나 리포트, 보고서, 서평, 작문 등을 써야 할 경우.
성장이 먼저인가? 분배가 먼저인가?
한류 열풍은 일시적 현상인가?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은 지속돼야 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부모세대보다 과연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는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작업은 바로 결론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결론 없이 글을 써 나가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나가는 것은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채 도로를 닦아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또는 당장 필요한 대로 건축된 도로는 건설 비용에서부터 환경평가, 유지 보수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계획된 도로 건설보다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말이 쉬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지, 뒤집어 말하면 머리 속에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과 매한가지다. 다행히,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일 경우, 이와 같은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아직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해서, 좋은 글을 쓰려면 입장을 먼저 정리해야 하고, 만일 입장이 정리돼 있지 않다면, 관련 정보 수집을 통해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후, 확고부동한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글 쓰는 작업은 그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기술(記述)하는 기술(技術)에 불과하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게 되면, 두 번째로 해야 할 작업으로는 자신의 입장을 잘 피력할 ‘한 줄 제목을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수 년간의 경험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제목을 지니고 있어야 자신의 글이 더욱 일관성을 유지한 채, 추진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무수히 보면서 얻는 결론이다. 사실, ‘한 줄 제목’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는 글의 주제 및 전개 방향을 확고하게 못 박아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조리 있고 옹골차게 전개해 나갈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바로 대본(콘티)을 짜는 일이다. 영화로 치면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이 작업은 적어도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단계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이냐를 결정짓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는 처음 전개 부분을 네오의 경험에서부터 풀어내고 있다. 이후, 동지들을 만나 맹훈련을 받으면서 점차 자신만의 철학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공식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다음 시간에는 여러분들의 해당 주제에 대한 입장이 확고 부동하게 제시되었다는 가정 아래, 한 줄 제목을 가지고 여러 가지 구성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최소한 준비해야 할 과제는 위의 주제에 대한 결론과, ‘한 줄 제목,’ 그리고 그와 같은 결론 및 한 줄 제목을 정한 바탕 이유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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