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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항쟁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제주 4·3항쟁의 의미와 그 경과를 세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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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3항쟁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4·3은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우리에게 조금씩 알려지 시작했다. 4·3의 진상을
알리는 것은 비단 숨겨져 있던 사실을 들춰내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를
반성할 수 있게 해 주고 그와 동시에, 우리에게 다가올 역사에 대해 임해야 할 자세를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으로 다수의 민중을 억압하고 학살했던 비극적인 상황을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기에 4·3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제주도 전체인구의 1/8에 해당하는 3만여명이 학살되었다는 비극적 상황이 우리나라 역사에 일어났는데도 아직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이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집권세력들에 의한 고의적인 정책의 결과였다. 4.3을
거론한다는 것은 곧 국가권력에 맞선다는 공식이 우리를 짓눌렀던 것이다. 해방이 되자, 제주도는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일제식민지의 잔재를 청산해
자주적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식민지 경제구조를 변혁시키고자 노력한다.
제주도는 변혁운동을 함에 있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최적지였다. 그 이유는 첫째, 일제에 대항해 조직적으로 투쟁한 경험(주①)이
있었고 둘째, 징병·징용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대거 귀환해 인구가 6만여명이 더 늘어난다. 47년 인구 조사시 제주인구는 약 27만5천명으로
추정됨)(주②) 이들은 일본 등지에서 민족차별을 경험하고 사회의식에 눈을 뜬 사람들이어서 변혁의 의지가 높았다. 셋째, 소작비율이 9%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서 내부의 계급대립도 심하지 않았고, 제조업 비율도 낮아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도 거의 없었다. 넷째, 제주도 특유의 공동체적
삶의 형태가 잔존하고 있어 의식의 공유가 수월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제주도는 변혁운동의 중심지로 자리잡아 갔다. 8.15해방이 되자 전국적으로 자주적 민족국가 건설을
위한「건국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며 이어서「인민위원회」로 개편된다. (‘인민’은 당시 가장 흔하게 쓰인 말로 현재 ‘민중’에 해당하는 의미)「제주도
인민위원회」는 45년 9월22일 결성된다. 제주도 인민위원회에서 처음 주력한 사업은 치안유지와 적산관리였고 점차 지역주민들의 협조 속에
주민교육에도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38선 이남을 점령한 미군정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친미 정부를 수립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미군정은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정부를 세우는데 장애물이 되는 인민위원회를 분쇄하기 위해 친일파와 극우 반공 세력을 동원하고 이들을 통해 인민위원회와
민족운동진영을 탄압했다. 1947년 민주주의민족전선(이하 민전)은 ‘제28주기 3·1운동’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준비했다. 대회는 각 읍면 단위로
개최됐는데, 제주읍은 인근의 애월면과 조천면을 합쳐 제주읍의 북국민학교(현재 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회를 열렸다. 대회장인 북국민학교에는 3만
인파가 모였다. 기념식이 끝나고 시위에 들어간 민중들은 관덕정(제주읍 중심지, 북국민학교 인근에 위치) 마당을 지나 흩어져가고 있었다.
이때 이 대열 후미를 향해 경찰이 발포해 6명의 사망자와 8명의 중상자를 내었다. 이렇게 미군정이 의도적으로 희생자를 내자 민심은
흉흉해지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경찰과 미군정에 그 책임을 묻게 됐다. 3월 10일, 민전을 중심으로「제주도총파업위원회」가 결성되고 파업투쟁을
지도할 전도적 조직이 구축됐다. 3월 12일에는 도군정청을 비롯한 관공서가 총파업에 돌입한다. 도청의 파업에 이어 은행, 회사, 학교,
교통.통신기관 등 도내 1백56개 단체 직원이 파업에 들어갔고 심지어는 마을의 구멍가게, 경찰들까지도(나중에 파업가담 및 직무태만
혐의로 66명의 경찰이 파면됨) 파업에 동참했다. 요즘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관공리 대파업이었다.
이에 미군정은 제주주민의 80%가 좌익지향적이거나 좌익에 동정적이라는 조작논리로 응원경찰과 서북청년단을 대량 증파하고 소위 ‘빨갱이 사냥’
전략을 구사했다. 2천명 이상이 체포되고, 2백여명이 구속됐다. 3.1발포사건에 이은 3.10총파업은 결국 미군정과의 정면 대결로
치닫게 되고 다음해 4.3무장항쟁으로 이어지는 분기점이 된다. 수많은 청년들이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을 피해 입산하기 시작했다. 한라산은
1천3백여개에 달하는 자연동굴과 2차대전 말기 일본군이 설치해 놓은 각종 군사시설로 좋은 은신처가 됐다. 1948년이 되자 제주도 민족세력들은
본격적인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정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3·1사건 이후의 탄압으로 각 면단위의 핵심운동가들은 한라산으로 입산해 제주도
무장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 오금숙(제주 4·3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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